"나야, 스타 셰프"…안성재→에드워드리, '흑백요리사'로 빵 터졌다
[N초점]②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셰프들의 말 한 마디, 과거 영상까지 화제다. 최근 전편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이야기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은둔의 실력자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베테랑 셰프들이 계급장을 떼고 오직 '맛'으로만 맞붙는 형식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고, 회를 거듭할수록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흑백요리사'를 통해 재조명된 셰프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셰프들은 그간의 커리어를 뒤로 한 채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결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탄생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유명한 스타 셰프들은 '흑백요리사'에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재차 증명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고, 은둔의 고수들은 방송을 통해 발굴되며 명성을 얻었다. 이 중 특별히 주목 받은 여섯 명을 추려봤다.
◇ 혜성처럼 나타난 고수,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나폴리 맛피아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결승에 진출하지 않으면 이름조차 밝힐 수 없고 백수저들과 시작점부터 다른 흑수저 80인 중 1명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폴리 맛피아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되레 당당했다.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라운드부터 안성재에게 '보류' 판정을 받으며 위기에 놓였다가 간신히 통과했으며, 3라운드에선 팀이 패배해 탈락 직전까지 갔으나 패자부활전을 통해 극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4라운드 레스토랑 미션에서도 팀이 3위를 하며 고비에 놓였지만 가까스로 살아났다. 매 미션이 그에겐 '서바이벌'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세미 파이널에 진출한 나폴리 맛피아는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 게국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파스타로 결승전에 직행했고, 마지막엔 고기 요리를 선보여 안성재에게 극찬받았다. '스타 셰프' 탄생의 순간이었다.
홍어로 리소토를 만들고, 20분 만에 이탈리안 정통 리소토의 식감을 재현하며, 편의점 재료로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그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어 더 흥미로웠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 나폴리 맛피아는 '흑백요리사'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와 스타 셰프 백수저가 계급장을 떼고 대결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주인공이 바로 나폴리 맛피아였다. 덕분에 그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 정체성 찾고 실력 증명, 모두가 박수 보낸 에드워드 리
"저는 미국에 살고 미국 요리사이지만, 가슴 속에서는 한국 사람입니다."
에드워드 리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인물은 아니었지만, 이력이 소개되는 순간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미국 인기 예능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시즌 8 출연자이자, 백악관 국빈 만찬 셰프로 경쟁자들과 비교해 독보적 커리어를 자랑한 덕. 출연진은 백수저의 정점에 있던 그가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입을 모았으나, 기존에 에드워드 리가 보여준 요리의 틀을 벗어날 것이라곤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워드 리에게 '흑백요리사'는 중요한 '챌린지'였다.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에게 대한민국 요리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그는 경연 내내 한국적 재료를 색다르게 풀어내거나, 다른 나라의 음식과 한식을 결합한 퓨전 요리를 선보였다. 항상 근본은 '한식'이었다. 결승전에서는 "나의 한국 이름은 균이다,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다"라고 밝히며, 본인이 느낀 따스한 한국의 정을 떡볶이 디저트로 승화시켜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뛰어난 실력은 당연했다. 그는 매번 창의적이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레스토랑 미션에서도 고기를 질기가 굽는 자신의 실수를 발견한 뒤 이를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는 '무한 요리 지옥'에서도 메인 재료 두부를 활용해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단계별로 만들며 도장 깨기에 성공했다. 더불어 접전 끝에 자신을 제치고 우승한 나폴리 맛피아에게는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실력과 인성을 갖춘 에드워드 리는 호평 속에 준우승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 실력>인지도 증명…서바이벌 최적화 최현석
'흑백요리사'를 시작할 때 가장 유명하고 인지도 높은 셰프는 누가 뭐래도 최현석이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허세 캐릭터와 요리 실력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은 그는, 이후 여러 외식 사업에 진출하며 업계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 그렇기에 그의 서바이벌 출전은 더욱 주목 받았다.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인 상황에서도 최현석은 도전했다.
라운드 내내 최현석은 서바이벌에 최적화된 인물인 듯 각 미션을 그만의 방식으로 잘 헤쳐 나갔다. 3라운드 레스토랑 미션에서는 팀원들 모두 베테랑 셰프들임에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이들을 진두지휘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4라운드에서는 1위에 초점을 맞추고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다른 팀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세미파이널에 팀원 모두를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아쉬운 점도 있다. 레스토랑 미션 당시 팀원 한 명을 방출해야 할 때 이를 정면으로 마주해 상황을 풀기보다 특정 셰프들에게만 일감을 주며 몇몇 팀원이 고립감을 느끼도록 했다. 그의 장점이던 리더십이 삐끗한 것. 다만 이외에는 셰프로서 나무랄 데 없는 실력과 업장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최현석은 세미 파이널에서 탈락한 뒤에도 본인의 요리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해 박수 받기도 했다.
◇ "나야, 들기름" 실력도, '밈' 제조도 여전했던 최강록
최강록은 '흑백요리사'에서도 주목받는 백수저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올리브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의 우승자로, 놀라운 실력을 증명하면서 은둔의 고수에서 스타 셰프가 된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 당시 그는 남다른 손맛과 상반되는 어눌한 특유의 말투로 주목 받았는데, 특히 '제목은 000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00을 곁들인'이라는 '밈'을 탄생시켜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돌아온 최강록은 그대로였다. 그는 들기름을 주제로 한 흑수저와 맞대결에서 굴을 조려 음식으로 내고, 3라운드 편의점 미션에서도 꽁치 통조림을 고추기름에 조려낸 '고추꽁치'를 선보였다. '조림'이 장기인 그의 뚝심을 엿볼 수 있어 그를 아는 시청자들 사이에선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 '밈'을 만드는 스타성 역시 인상적이었다. 흑수저와 맞대결을 할 때 최강록은 자신의 음식에서 들기름의 존재감을 살렸다며 이를 '나야, 들기름'이라는 말로 표현해 큰 웃음을 줬다. 이 강렬한 한 마디는 즉각 '밈'이 됐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물론 여러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서도 패러디돼 눈길을 끌었다. 최강록은 3라운드에서 탈락했음에도 이 '밈'으로 방송 내내 존재감을 뽐냈다.
◇ '중식 레전드' 뛰어넘고 떠오른 샛별, 철가방 요리사
철가방 요리사는 '흑백요리사' 첫 등장부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며 서글서글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하지만 마냥 무르지만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야할 때는 승부할 줄 아는 이가 바로 그였다.
철가방 요리사는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흑수저 결정전에서는 고기를 공 모양으로 튀긴 뒤 그 안에 팔보채를 넣은 팔보 완자를 선보였다. '중식대가' 여경래마저 "머리 좋다"라고 할 만큼 돋보이는 메뉴 선정이었다. 가뿐히 2라운드에 진출한 그는 동경하던 여경래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모두가 여경래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철가방 요리사는 소꼬리에 동파육을 결합시킨 동파우미로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며 여경래를 상대로 승리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이때 철가방 요리사는 여경래에게 큰 절을 올리며 '존경심'을 드러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레스토랑 팀 미션에서도 그의 인성은 돋보였다. 그는 각 팀에서 무조건 한 명을 다른 팀으로 방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자신이 나서서 나가겠다고 했다.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 새로운 팀으로 옮긴 뒤에도 미션에 열중했으나 결국 탈락하게 됐다. 하지만 시즌 내내 좋은 인성과 실력을 보여준 그는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며 '흑백요리사'를 떠났다.
◇ 미슐랭 3스타 셰프에서 독보적 캐릭터로… 심사위원 안성재
'흑백요리사' 메인 포스터를 보면 심사위원 두 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 백종원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또 다른 한 명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그가 바로 국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셰프인 안성재다. 업계에서는 최고로 불리지만, 대중에게 친숙하진 않은 인물. 하지만 '흑백요리사'가 공개되자마자 그는 남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단숨에 주목 받았다.
안성재는 흑수저 결정전에서 냉철한 심사평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천만 백반이 만든 반찬과 국을 맛보곤 밥이 없어 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며 탈락시키고, 나폴리 맛피아가 음식에 식용 꽃을 장식으로 올리자 '의도'를 알 수 없다며 합격 여부를 보류 시킨다. 심혈을 기울여 구운 보섭살은 한 입 맛보고는 가차 없이 '질기다'고 말한다. 오롯이 음식의 완성도에 집중해 촌철살인을 날리는 안성재는 그의 캐릭터를 짐작하게 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계 미국인인 안성재가 영어 단어를 섞어 쓰는 독특한 심사평은 '밈'이 되기도 했다. '고기가 골고루 잘 익었다'는 걸 '이븐하게 잘 구워졌다'라 표현하고, 간을 섬세하게 잘 맞췄다는 걸 '간이 타이트하게 들어갔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시청자들에겐 색다르게 다가갔다. 또한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여러 명에게 강조한 덕에 이 또한 유행어가 됐다. 독보적 캐릭터와 독특한 말투, 표현법이 결합된 그의 심사평은 방송 이후 SNS 등에서 많은 화제가 됐고, 덕분에 안성재 역시 대중에게 친근한 셰프로 거듭났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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