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재현 "시력 상실, 대본 못 읽어 활동 중단…맹인역이라도 원한다"

(MBN '특종세상' 갈무리)
(MBN '특종세상'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배우 오재현이 시력을 거의 상실한 채 홀로 사는 일상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15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90년대 인기 배우 오재현이 출연했다.

오재현은 "예전에는 조금 잘 보였는데 2022년도부터 갑자기 안 보였다. 그때부터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게 됐다. 사람 얼굴이 안 보인다. 형체만 보이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 안 보인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제가 직접 운전하는 차가 쭉 내려가고 있었고 반대편 차선에서는 덤프트럭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눈이 안 보이더라. 그 순간 '난 죽었구나' 생각했고 그러다 눈을 떴다. 눈을 떴는데 차가 나무에 박혀 있더라. 그때부터 눈이 안 보였다. 안과에 갔더니 왜 지금 왔냐고 좀 일찍 오지, 녹내장 말기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MBN '특종세상' 갈무리)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되고 대본을 읽을 수 없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배우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오재현은 "좋아하던 일을 한순간에 못 하게 됐을 때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매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어 제주도에 정착했다고 밝히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앞이 보일까. 나는 살아있을까. 요즘에 제일 많이 느끼는 거다. 지나가는 역할. 맹인 역이라도 있으면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MBN '특종세상' 갈무리)

오재현은 어머니에게 시력을 상실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사실은 제가 눈이 안 좋은 걸 잘 모른다. 안 보인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안 좋아서) 제가 지팡이 들고 다니고 그런 건 모른다.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까 괜히 이야기해서 또 충격을 받으실까 봐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유복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부터 혼자 살았다는 그는 그때부터 힘든 부모님을 걱정시키기 싫어 늘 아픈 모습을 숨겨왔다고 털어놨다.

오재현은 "어머니는 저랑 살고 싶어 하지만 저는 싫다. 함께 살다 보면 제가 눈이 안 좋아진 걸 어머니가 느끼실 텐데 그러면 자식으로서 결혼도 못 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아픈 모습까지 보여준다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