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잡음에도 잘나가는 원조…100회 '나는 솔로'→시즌4 '하시' [N초점]

나는솔로, 하트시그널4 포스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방송가의 특정 소재 쏠림 현상은 시청자들에게도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패턴이다. 하나의 소재가 흥행하면 유사한 프로그램이 줄줄이 생겨나는 패턴에도 이미 익숙해져 있다. 지난해만 해도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이 제작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외피 속에 포맷과 장치만 살짝 달리한 프로그램들이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채 등장했다 사라졌다.

특정 소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마침내 하락장이 시작되면 그때야 비로소 '진짜'를 가릴 수 있다. 색다른 변주와 독특한 기획을 앞세운 수많은 후발주자들의 위협을 받았지만 '원조'들은 꿋꿋하게 살아남았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는 지난 7일 새 기수인 15기의 시작을 알리며 100회를 맞이했고, 채널A '하트시그널'은 시즌4가 지난 5월17일 방송을 시작해 현재 4회까지 방송됐다.

마니아층이 탄탄하게 확보됐지만, 기수와 시즌을 거듭해 온 두 예능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출연자 문제가 꼽힌다. '나는 솔로'는 4기 출연자 영철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 지도인 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영철이 여성 출연자인 정자를 몰아세우는 과정이 자극적으로 방송돼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꼈다는 민원을 제기해서다. 이후 11기 출연자의 양다리 논란을 비롯해 13기 두 출연자가 각각 성병 논란과 학폭 의혹이 불거졌고, 한 출연자는 이혼 이력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됐다. 14기 또한 한 출연자의 사기 및 폭행 의혹도 제기됐다.

'하트시그널'의 경우 매 시즌 출연자들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즌1에서는 강성욱과 서주원, 시즌2에서는 김현우가 방송 이후에 논란이 있었고, 시즌3에서는 이가흔과 천안나, 김강열과 임한결이 모두 방송 중에 구설에 휘말렸다. 시즌4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생활기록부까지 살펴봤다며 검증에 자신 있어 했지만, 이번에도 출연자 논란이 또 불거졌다. 출연자 김지영이 의사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출연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 이에 '하트시그널4' 측은 이를 부인하며 "모든 출연자들은 연애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출연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출연자는 라이브 방송에서 '빵순이'라고 했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잡음이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명쾌한 입장은 없어 의문이 해소되진 않았다.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이 매번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두 프로그램은 워낙 마니아층이 탄탄한 탓에 고정 시청층의 이탈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나는 솔로'는 ENA와 SBS플러스 합산 평균 시청률이 3~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대다. '하트시그널4' 1, 2회와 동시간대 맞대결을 펼쳤지만 시청률은 월등히 앞섰다. '하트시그널4'의 경우 첫 방송이 0.5%로 시작해 3회에서 금요일로 편성을 변경하면서 3회와 4회가 1.2%를 달성했다. 전 시즌 통틀어 가장 인기 있었던 시즌2도 0.6%로 시작해 2.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연애 예능 대부분이 출연자들의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화제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하트시그널4'도 향후 시청률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출연자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두 프로그램의 대응 방식은 모두 아쉬웠다. 일단 출연자의 입장을 듣고 의혹을 부인하거나, 마지막까지 침묵을 택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솔로'의 경우 출연자 논란이 불거졌을 때마다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고, 커플 최종 선택이 이뤄진 후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에서 출연자가 직접 해명을 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남규홍 PD는 최근 100회를 맞이하며 밝힌 소감에서 "앞으로도 출연자 관련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고 단정하지는 못하겠지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검증하고 심판해주는 것에 대해 제작진으로서 감사드린다"며 "프로그램이 긴장하고 건강하게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며 더 신중하게 제작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두 원조가 잘 나가는 이유에는 연애 예능 붐이 일기 전 개척된 선발주자이기 때문이란 평가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마니아층이 탄탄한 만큼, 고정 시청층을 초반 선점한 덕에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원조들의 경우 기획과 구성이 단순하고 간결하다. '나는 솔로'는 솔로 남녀들이 솔로나라에 입성해 데이트 선택의 기회를 거쳐 최종 선택에 이르는 방식이다. '하트시그널' 역시도 비주얼에 스펙까지 다 갖춘 청춘 남녀들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동거하며 썸을 타는 모습으로 설렘을 안긴다. 남녀 혼숙부터 잠 데이트까지, 연애 예능 후발주자들이 복잡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설정을 내세울수록, 두 프로그램의 간단하고 명료한 기획의 가치가 돋보였다.

기수와 시즌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포맷만으로도 이야기가 새로워진다는 점도 두 예능이 꾸준히 인기가 있는 이유다. '나는 솔로'는 꾸밈 없는, 특유의 날것 같은 다큐멘터리 같은 연출로 현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출연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요소로도 꼽힌다. '하트시그널'의 경우, 패널들의 과도한 해석과 분석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특유의 감성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출이 장점이다. 시청자들이 응원하기 시작하는 커플이 탄생하기 시작하면 몰입도와 화제성이 더욱 커지는데, 변호사 이주미와 인턴 의사 유지원의 케미 그리고 메기의 등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제몰이를 시작했다.

'나는 솔로'와 '하트시그널4' 모두 비연예인을 섭외해야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이제는 시청자들도 태생적으로 출연자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다각도로 검증을 위해 얼마큼 노력했는지, 논란이 제기되면 시청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려 하는지 등의 진정성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의 아쉬운 대응 방식이 되풀이된다면 더이상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의식하지 않거나 출연자 검증에 안일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도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이 두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장수 예능으로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