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창욱 "악랄한 연기? '무궁화' 위해 욕먹기로 결심"

뉴스1 본사. KBS1 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배우 이창욱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뉴스1 본사. KBS1 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배우 이창욱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달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극본 염일호 이해정, 연출 고영탁, 이하 '무궁화')에는 아주 악랄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업가 진도현. 사채업계 대부였던 아버지 덕에 금수저로 태어난 그는 안하무인에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 무궁화(임수향 분) 앞에서만큼은 약해지는 면모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배우 이창욱은 진도현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연기했다.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건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인물이 극에서 잘 살아나길 바랄 뿐이었다. 성실한 배우를 만난 덕에 진도현은 드라마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서사를 이어갔다. 덕분에 이창욱이라는 배우 역시 재발견될 수 있었다.

이창욱은 '무궁화'를 마치고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기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기에 후회가 없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무궁화' 덕분에 자신의 연기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무용과 성악을 배우고, 스승도 칭찬할 만큼 성실하게 연기를 배우는 그는 누가 봐도 '준비된 배우'였다.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배우 이창욱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뉴스1 본사. KBS1 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배우 이창욱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Q. '무궁화'가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작품이다. 마치는 소감이 남다르겠다.

"촬영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7개월 동안 촬영을 하면서 올해가 가버렸다. 이 작품을 마치고 나선 시원했다. 섭섭하지 않았다. 물론 내 연기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기에 후회가 없다."

Q. 진도현은 '무궁화'에서 가장 악랄한 캐릭터다. 아무래도 온 가족이 보는 일일극이다보니 연기를 할 때 표현 수위에 대해 고민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고민이 많았다. 너무 미움을 받으면 조금 속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도현은 미움을 받아야 하는 캐릭터라고 하더라. 개인의 이상과 극에서 원하는 캐릭터가 달라서 (심적으로) 약간의 충돌이 있었지만, 극을 위해서 욕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그게 배우가 해야 될 일이기도 하다."

"악역을 어떻게 하면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악역의 행동에도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공감이 가게 그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캐릭터가 개연성을 잃지 않도록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진도현이라는 인물을 보니 어릴 때부터 자기편이 없었던 '속 빈 강정'이었다. 외로운 진도현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촬영장에서도 혼자 작품에 몰두했다."

Q. 그럼에도 악행이 너무 세지 않았나. 살인 청부가 일일극에서 등장한 것이 놀라웠다.

"초반에는 진도현의 악행이 그렇게 센 건 아니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가진 악이 많이 드러났다. 이 친구도 금수저니까 다 가진 것 같지만 '유리 멘탈'이다. 여린 마음을 숨기려고 겉으로 더 '센 척'하는 거다. 그럴 때 무궁화라는 따뜻한 사람이 다가왔는데, 이 사람에게만큼은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감추려다 보니 더 악랄해졌던 것 같다. "

Q. 연속극을 다섯 작품이나 했더라.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겠다.

"다섯 작품을 거치면서 실력이 성장했다.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대본을 열심히 분석하다 보니 그런 듯하다. 또 현장이 무섭지 않아졌다. 일하는 환경이 두렵지 않으니 긴장이 안 되고 연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제 카메라는 거의 내 친구다.(웃음) 신인 배우들은 연속극을 해보면 정말 좋다. 추천한다."

Q. 대화를 나눠보니 연기 잘하려는 욕심이 엿보인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것 같은데.

"대본을 엄청 분석하는 편이다. 나는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지 못한다. 뭐가 준비돼야 마음이 편하다. 피곤하긴 한데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도 '네가 성실한 건 좋은데 나중에 그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연기는 끼와 재능도 나름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신 거다. 이후부터는 나를 조금씩 놓으려고 한다. 술도 마시고, 놀러 다니기도 하고.(웃음)"

Q. '무궁화'를 통해 새로운 팬들이 많이 생기진 않았나.

"일단 부모님이 드라마에 나오는 걸 너무 기뻐하신다.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좋아하신다. 또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진도현이 박력 있다'며 칭찬해 주셨다. 악역이라 걱정했는데 사랑해주셔서 좋았다. 서비스도 많이 나왔다.(웃음) 팬카페를 보면 젊은 팬들도 늘었더라. 부모님이 보는 드라마를 같이 보다가 내 팬이 된 거다. 이런 걸 보면 뿌듯하다."

Q. 일일극 주연도 맡고 '이판사판'에도 금세 캐스팅되고 흐름이 좋다. 빨리 궤도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어릴 때는 '빨리 잘 돼야지'라는 생각에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난 정말 한 계단씩 다지면서 올라왔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가면 좋겠다. 그러면 다시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