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에 과도한 유보금, 법상 '부당특약' 명시된다

공정위, 부당특약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건설업계서 유보금 설정 관행…하도급업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2023.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건설업계 등 하도급 거래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과도한 유보금을 설정하는 관행이 법상 부당특약으로 명시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부당특약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9일부터 3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서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의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내용의 부당특약 설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부당특약 고시는 하도급법에서의 위임에 따라 거래 시 설정이 금지되는 부당특약의 유형을 정하는 고시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지급유예 약정 등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약정을 부당특약의 세부 유형으로 규정했다.

그간 건설업계에는 원사업자가 하자이행보증 등을 이유로 대금의 일부를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유보하는 '유보금' 설정 관행이 있었다.

이는 거래상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 단계에서 거래상 우위에 있는 원사업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롯될 수 있다.

합리적 이유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유보금 약정은 수급사업자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특히 연쇄적으로 수급사업자가 자재·장비업자와 현장 노동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건설사 폐업을 가속할 여지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유보금 약정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하지만 관련 조항은 일반적인 규정만 존재해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고 그 범위 및 기간 등이 적정한 경우 지급유예 약정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위법성 판단 기준을 명시하는 심사지침 개정도 함께 추진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