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0억불' 지킨 외환보유액…강달러에도 3개월만 반등 이유는
정국혼란에도 2.1억불 늘어…통상 연말엔 기관예금-운용수익 증가
연말 기준으론 5년래 최소…기관들 외화 거두면 1월엔 감소 요인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급등했음에도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외환보유액 반등은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용 달러 매도에도 은행들이 분기 말 규제 비율을 의식해 한국은행에 외화를 예치한 영향이 컸다. 다시 말해 1월에는 해당 외화가 인출될 경우 외환보유액은 감소 압력을 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선을 넘기면서 세간의 '4000억 달러 붕괴' 우려를 불식했음에도, 연말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줄어 상황을 희망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한 달 전보다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현재 환율로 환산할 경우 611조 원에 달한다.
이로써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권한대행(국무총리) 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환율이 치솟으면서 당초 12월 외환보유액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12월 중 환율은 1485원마저 넘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자 시장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 외환보유액은 뒷걸음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관측과 달리 실제론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이유는 분기 말을 맞아 은행들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고자 한은에 달러를 예치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BIS 비율을 계산할 때 한은에 넣어둔 외화 예수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한은에 외화를 예치하는 것이 건전성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당국이 연말 장세에서 얻어낸 외화 운용 수익까지 더한 결과,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한 달 전보다 불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이번 외환보유액 증가에 도움을 준 외화 예수금은 분기 말이 지나면 대체로 사라지기에, 1월에는 외환보유액을 거꾸로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외환보유고 반등을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감소 행진인 데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그간 당국은 특정 환율 수준을 지켜내기 위한 적극적 개입보다는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의 미세조정을 선호해 왔다. 그럼에도 외환보유액이 5년 만에 최소 규모로 줄어든 것은 그만큼 당국이 들이고 있는 환율 안정 노력의 어려움을 시사한다.
향후 외환보유액 추이를 가를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상반기 환율 흐름의 경우 당국은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일 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 부분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일 "앞으로 1주간 환율 상황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며 "해외 주요 기관들을 잘 설득해 경제만은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간다는 것을 빨리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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