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소용돌이'에 밀린 반도체·전력망특별법…이달 국회 넘을까
여당 정책위의장 "반도체특별법 등 이달 일괄처리" 제안
탄핵·트럼프 신정부 출범…신속한 법 통과 '위기 대응' 강조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정국의 소용돌이 속 기약 없이 미뤄졌던 각종 산업육성 지원법안의 연초 국회 통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여당은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폐장법 등을 이달 일괄 처리할 것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제안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내 정치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 오는 2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예정된 만큼, 경제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경제·산업분야 핵심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반도체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법 등 국가 미래 먹거리 사업법을 1월 국회에서 일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특히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시간 완화에 대해 야당이 전향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며 "해외 경쟁 기업들은 필요하면 심야에도 연구에 몰두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연구소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도체 1위 신화는 계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협조를 구했다.
국힘의 이 같은 특별법안 신속 처리 요구에는 대통령 탄핵사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우리 경제가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가진 정부 시무식에서 "대한민국은 전례 없던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불확실성'을 수차례 강조한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미국 신정부 출범에 대비해 외교, 안보, 통상 등 분야별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미국 등 주요국과도 긴밀히 소통 협의해 나가겠다"며 "안정적 경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힘이 신속 처리를 강조한 법안들은 반도체·AI·원전 등 향후 국가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산업을 지원하는 소위 '국가 미래 먹거리산업'을 위한 지원법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관련 산업분야 지원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은 뒤처지고 있다는데,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여야 역시 특별법 제정을 통한 관련 산업 지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제는 일부 핵심 조항에 대한 이견이 컸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 등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여당은 연구개발 인력 등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자는 소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수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 포함 여부에 대한 여야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합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빼고, 합의한 부분만 연내 통과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준위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제)'를 만들어 관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지역을 지원하는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활용률이 높은 수준임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별도시설이 없어 현재 각 원전 내 임시저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들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오는 2032년이면 100%에 이른다는 점이다.
당면한 현실에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일정부분 특별법 제정 논의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법안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결국 일부 쟁점사안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은 폐기됐다 .
고준위특별법 제정에 대한 이견은 고준위 방폐장 구축 필요성에 대한 '가부' 여부보다는 '규모'에 대한 입장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 건립에는 찬성하고 있다.
반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수명 연장 등을 통한 '운영 기간'을 고려해 수용 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결국 야당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을 건립해 자연스럽게 원전을 도태시키는 방안을, 여당은 신규 원전 건설이나 설계수명이 도래한 기존 원전들까지의 계속 운전을 고려해 수용 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진척을 내지 못했다. 이른바 탈(脫)원전 대 친(親)원전의 논리인 셈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발달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 지원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은 크지 않다.
전력망 확충법은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전력 사용량이 큰 국가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다. 핵심은 사업단위별 송전 설비 입지 결정 시한을 2년으로 제한하자는 것인데, 주민 수용성 문제로 막연하게 사업이 지연되는 현 상황을 타개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환경파괴, 안전성 우려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거센 탓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법안은 국회에 표류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내 정치 상황만을 이유로 경제민생법안들을 손놓고 있기에는 마주한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특별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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