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최상목 권한대행, 경제 고려 불가피한 결정" 옹호

2025 한은총재 신년사…데이터 중심 금리결정 강조
"가계부채 관리 미루고 경기부양 더 힘쓰지 않을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신년사에서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특히 "일각의 요구처럼 가계부채 관리를 좀 미루고 경기 부양에 더 힘쓰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기초로 유연하고 기민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2025년 신년사에서 "올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좀 미루고 경기부양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장의 경기둔화 고통을 줄이고자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외면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경기를 고려해 비(非) 부동산 가계부채와 비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대한 미시적 조정을 검토할 순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진통제'처럼 써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너무나 크기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로만 사용한다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통화정책 운영의 핵심은 '유연함'과 '기민함'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전례없이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 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확대된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정치권 압박에 흔들려선 안 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국정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최 권한대행이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며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