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도달은 시간문제"…韓경제 '최대 리스크' 된 환율
[2025 경제] 고환율 지속 땐 물가 더 뛰고 금리 인하 힘든 '난국'
가장 안정된 해법은 외국인 자금 묶어 놓을 '정치 불확실성 해소'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새해 환율이 한국 경제가 마주한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적지 않게 내놓고 있다.
최근 환율은 1480원대를 넘나들면서 연말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에 연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36.78원으로 전월(1394.32원) 대비 42.46원(3.0%) 급등했다.
특히 마지막 장이 열린 지난 30일에는 하루 새 5.0원 오른 1472.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쳐 연말 기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1695.0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등한 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보다 높일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은은 전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정치 혼란에 따른 성장 약화 전망 속 원화 약세가 물가 안정을 위협해 새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들어 환율은 수입 물가를 높이거나 낮추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분기 한은이 집계한 수입물가지수는 달러 기준으로는 전 분기보다 0.6% 올랐는데, 통화 가치가 하락한 여파로 원화 기준으론 3.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환율이 수입 물가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 올릴 경우, 내수 침체의 사실상 유일한 구원투수로 손꼽히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는 지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장기간 내수 경기 둔화로 고통받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한층 괴롭게 해서, 소비 심리 추가 악화도 우려된다.
당분간 고환율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기존보단 완화됐으나 연초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 보면 환율을 내릴 재료는 부족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통상 연말 시즌에 늘어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예년보다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강달러 기조 역시 당분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대체로 달러 강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평가되는 터라, 실제 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인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올해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완화됐으나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당국 개입은 환율 변동성 억제에 그칠 것"이라면서 "여기에 국내 경기 둔화 우려 지속으로 당분간 환율 하락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봤다.
물론 고환율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상방 압력은 올해 1월 이후로도 계속되진 않으리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은 "1월 이후로는 유가·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 압력 등에 영향을 받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전망처럼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잠깐에 그친다면, 한은의 1분기 기준금리 인하 명분은 보다 뚜렷해진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정국 혼란, 잠재 성장률 제시 등으로 금리 인하를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오는 2월, 5월, 3분기(7~9월) 중 1차례까지 연내 총 3차례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 심리 회복도 요원해지면, 고환율은 굳어질 위험성이 커진다. 이 경우 금리 인하는 외국계 자금 유출 등 부작용 리스크를 더욱 떠안을 수밖에 없다.
노무라증권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거시 경제 전망 약화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나,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 스탠스와 원화 약세가 공격적 통화정책 완화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국 경제가 고환율 리스크에서 벗어날 최적의 해법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지목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언론 등에서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2025년 봄에는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거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런 전망이 맞아도 연초엔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치 불확실성이 외국인 자금 이탈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투자자 콘퍼런스 콜에서도 국내 상황에 대한 질문과 불안이 기업 실적이나 경제에 대한 질문보다 많다"고 소개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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