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승승장구한 韓수출…'고환율·트럼프' 위협에 새해 먹구름

반도체‧자동차 이끈 韓 수출 1~10월 전년동기比 9.0%↑
'1500원 육박' 고환율, 트럼프 2기 등 반도체 업황 리스크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수출과 미주·아시아지역 수출 확대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1~11월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수출액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뛰어오른 6위를 기록, 5위인 일본과의 격차를 역대 최저인 202억 달러까지 좁히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새해에도 우리 수출의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질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세계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10월 수출 전년동기비 9.0% 증가한 5658억 달러…수출 14개월 연속 플러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9.0% 증가한 56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1월까지 수출은 1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우리 수출은 AI(인공지능) 수요 증대에 따른 반도체 중심 IT품목과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1390억 달러로, 전년(986억 달러) 대비 40.9% 증가했고 자동차도 전년(709억 달러) 대비 2.1% 증가한 72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단가 회복, 수요 확대로 연중 내내 높은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2년 연속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한 자동차는 역기저 효과와 전기차 캐즘에도 선방했다.

대(對)미주·아시아지역으로의 수출 확대도 전체 수출 상승을 견인했다.

이 기간 지역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대(對)미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9%로 크게 늘었고, 아세안도 5.2% 증가했다. 우리나라 주력 시장인 대중 수출도 7.2% 증가하는 등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2024.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韓 수출액 세계 6위…5위 日과 격차 202억 달러 역대 최저

올해 1~11월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수출액 격차는 역대 최저 수준인 202억 달러까지 좁혀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액 순위 6위를 기록, 5위인 일본을 바짝 뒤쫓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수출액은 6223억 8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6425억 9800만 달러)과의 격차는 202억 1200만 달러로, 역대 최저로 좁혀졌다.

한·일 수출액 격차는 2010년 3036억 달러에서 2013년 1552억 달러로 줄어든 이후 2021년까지 8년간 1000억 달러대를 유지했다. 이후 2022년 632억 4000만 달러, 지난해 850억 3500만 달러를 거쳐 올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수출액 순위도 두 단계 상승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10월 세계 10대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2년 6위에서 지난해 8위로 하락했다가, 올해 6위를 회복했다. 일본은 최근 3년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수출 성장은 우리 수출의 54.9%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으로 한국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화장품·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된 점이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12.30/뉴스1

새해 수출 전망은…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반도체 수요 불확실 리스크 요인

새해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맞물려 점진적으로 소비·투자가 회복하면서 올해와 유사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은 하방요인이다. 여기에 1500원대에 육박한 달러·원 환율은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큰 위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1464.8원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에 마감했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한때 1486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야간거래에서 1440원을 일시적으로 넘어선 뒤 1430원대로 올라섰다. 불안한 분위기였지만 2022년 10월 25일 레고사태 때 기록한 고점(1444.2원)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미국발 충격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해 그만큼 채산성은 줄어든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형태의 가공무역 형태를 띠는데, 수입 부담이 늘게 되면 수출 성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하강 국면 진입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업체 에지워터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투자노트에서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새해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장벽 가능성도 상존하는 위협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트럼프노믹스 2.0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 규모가 현재보다 13%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시 한국 수출품에 대한 10% 이상의 관세 인상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연간 대미 수출액은 152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호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 대미 수출액이 1156억 달러였는데, 152억 달러는 전체 수출액의 13.1%를 차지하는 규모다.

단순히 미국과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입법처는 제3국 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감소도 우려했는데, 연간 최소 47억~63억 달러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날 연말 수출·투자 점검 차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를 찾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국내 정치 상황, 미국 신행정부 출범, 중국의 매서운 추격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