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된 양곡법, 고심하는 韓권한대행…거부권 20일 전 결정할듯

野 압박에 거부권 결정 미뤄…행사 안 하면 與 반발
한덕수 거부권 두고 고심…정부 "입장 변하지 않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300인, 재석 254인, 찬성 173인, 반대 80인, 기권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11.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법안 발의 당시부터 반대입장을 피력해 왔던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보류됐다.

1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날 국무회의에 농업4법을 상정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한덕수 국무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4개 법의 개정안은 지난 6일 오후 정부로 이송됐다.

특히 양곡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기도 하다. 법안이 폐기됐지만 쌀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양곡법 등을 재차 발의했다.

정부가 농업4법을 거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21일이다. 그간 정부는 쌀, 채소류 등 농산물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붕괴, 재해보험 필요성의 약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탄핵정국 속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법, 양곡법 등 6개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거대 야당의 폭거로 일방 처리됐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재의요구권을 공식 요청했으며 이 요청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정부가 정례 국무회의에서 법안 거부권을 상정·심의·의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위해 별도의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법안에 대한 여야 의견이 충돌하면서 한 총리가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한 총리가 여당과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일각에서는 오는 20일 전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반대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의·의결) 기한이 남아 있는 한 정부가 국회와 소통하려고 한다"며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을 들은 다음 이번 주 중 재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입장은 양곡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것"이라며 "농업4법에 대해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한대행이 탄핵당한 대통령을 대신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직무대행을 수행했던 고건 당시 국무총리는 사면법,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 회복 특별조치법 등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