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선 출항 임박…탄핵 폭풍 속 이번주 첫 굴착

20일 전후로 첫 시추공 뚫는다…작업 최대 60일 소요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1차 결과 따라 추가 시추 결정

지난 9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고래 조형물 뒤로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 중 하나인 '동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실행할 시추선이 이번 주 첫 굴착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논란 끝에 시추 작업이 개시되면서 어떤 분석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 첫 시추에 투입되는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날 혹은 늦어도 18일 출항해 20일 전후로 해수면 아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날씨 등으로 인해 일정이 조금 밀릴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번 주에는 첫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웨스트 카펠라호에는 150여 명의 작업 인원이 승선해 첫 시추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밤낮없이 이뤄지는 작업 특성상 2개 교대 조로 나눠 시추 작업에 나선다. 상황에 따라 작업 인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작업은 해당 지점의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구멍)을 뚫은 뒤 시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료에서 석유와 가스 존재 여부를 판별할 계획이다. 시료를 채취하기까지는 최대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중순까지 작업이 완료되면, 채취한 시료 분석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쯤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시료 분석은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가 맡았다. 석유공사의 위탁을 받은 슐럼버거는 이수 검층(mud logging)이라는 암석·가스 성분 분석 작업을 통해 포항 앞바다 해저에 자원이 있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 1차 시추 결과를 주목하는 데에는 1공 시추에 1000억 원에 달하는 막강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시추 성공 확률이 20%라는 점을 고려해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 선정 절차, 경제성 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온 바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인 만큼 '철회' 주장도 제기하고 있는 데다, 최근 내년도 예산 처리 과정에서도 야권은 정부 제출안 대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첫 시추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남은 4번의 추가 진행이 어려울 수 있기에 1차 결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야권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시추 결과가 부정적이면 투자자 유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현재 출항에 필요한 마무리 준비 중"이라면서 "1차 시추 분석 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산 부족 상황과 1차 시추 결과 등도 넘어야 할 과제지만, 지역 어민들과의 갈등 문제도 점점 골이 깊어져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이고 있다.

포항 구룡포수협과 어민들은 시추 작업이 진행되면 제철을 맞은 홍게 등을 잡게 될 수 없다면서 실질적인 보상을 촉구 중이다. 이들은 석유공사가 1차 시추공 지점에서 반경 500m 지점에 들어와 있는 통발 그물에 대해서만 보상한다고 한 데 대해 반발하며 해상 시위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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