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野 면담 "확장재정 필요…외환시장 불안 즉각 조치"
野3당, 한국은행 방문…환율 등 경제상황 긴급점검
"혼란 빠르게 종식해야…명확한 절차 제시를" 촉구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야권과 만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확장 재정의 필요성과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당국의 즉각 대응 노력을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권 3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이 총재를 비롯한 한은 간부들과 만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련해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 면담을 가졌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종결돼야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의 종결 프로세스(절차)가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절차 동안 경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예산안을 비롯한 경제 정책이 해외에도 신뢰를 줄 수 있는 형태로 잘 작동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재정 확장 필요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4분기 계엄 사태로 실물 경제에 큰 부담이 있어 경제 성장률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도 재정 정책에 확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30원대를 맴도는 환율과 관련해선 "심리적 문제가 크기 때문에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년간 지켜온 외환보유고 4000만 달러 선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화보유액이 4000만 달러 아래로 내려갈지 우려하고 있다"며 환율 방어를 위해선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으로 가는 것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지난 4일 발표했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 무제한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개시한 바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경기가 너무 좋지 않으니 RP 등 돈을 얼마나 풀어 경기를 살릴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장기화하면 감당 못 할 상황으로 간다"며 "이런 가운데 내수가 힘든 국면이 길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면담은 기재위 소집이 지연됨에 따라 야권 의원들의 요구로 성사됐다.
윤 의원은 "원래 상임위를 열고 한은 총재 출석을 요구해야 하는데 기재위원장이 개최에 미온적"이라며 "이에 한은을 직접 찾고 가장 시급한 환율 문제 등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 불성립 이후 신인도 문제가 우려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기재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여당이 응하지 않아 국회 차원에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위해 한은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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