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수출동력 꺼질라…경제부처 수장들 거취도 리스크
트럼프發 관세 장벽, 반도체 업황은 불안…韓 경제 '먹구름'
원·달러 환율 급등…위기 관리할 경제수장들 거취는 불분명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대통령 탄핵 열차'는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 당론에 막혀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야당은 이달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임시회를 열어 탄핵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탄핵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따른 우리 경제 불확실성도 쉬이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수출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장벽 우려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국내 복잡한 정치 상황까지 맞물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최악의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경제부처 수장들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지만, 이번 비상계엄 여파에 누구 하나 거취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9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반도체, 차 수출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온 우리 수출은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런 플러스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장벽 가능성에 우리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는 상존하는 위협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트럼프노믹스 2.0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 규모가 현재보다 13%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시 한국 수출품에 대한 10% 이상의 관세 인상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연간 대미 수출액은 152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호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 대미 수출액이 1156억 달러였는데, 152억 달러는 전체 수출액의 13.1%를 차지하는 규모다.
단순히 미국과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입법처는 제3국 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감소도 우려했는데, 연간 최소 47억~63억 달러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시장 업황 악화도 우리 수출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29일 기준 PC용 D램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0.59% 내린 1.3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30달러)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5∼7월엔 보합세였다. 8월 2.99% 하락으로 전환한 데 이어 9월에도 17.07% 떨어진 뒤 10월 변동이 없었지만, 이달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중국산 구형 D램 등이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각 회사들이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 하락이 2025년 상반기에도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예고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나라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현실화하면서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심한 부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단 6시간'에 그친 비상계엄 사태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요동쳤다.
단적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원·달러 환율은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15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해 그만큼 채산성은 줄어든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형태의 가공무역 형태를 띠는데, 수입 부담이 늘게 되면 수출 성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례로 우리나라는 가장 최근인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7312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중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체의 26.1%인 1908억 달러에 달해 무역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리스크를 관리할 경제부처 수장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전체 국무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향후 거취조차 불투명한 상황 속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지난 4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내각 총사퇴에 따른 '정부 셧다운' 우려에 당장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국정동력은 뿌리째 흔들리는 상태다.
다만 사의 표명 후에도 최상목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수장들은 대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통상당국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이후 모든 대외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계엄 선포·해제 상황과 관련해 국내 산업 영향을 점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업부는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의 영향으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체코 신규 원전 수출 등 주요 국정과제 수행 동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부는 '비상계엄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태가 주요 산업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입장 자료를 통해 "산업부는 원전 생태계 정상화,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수주, 동해 심해 가스전 1차공 시추사업 등 주요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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