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씩 물에 가라앉는 자카르타…K-새만금 기술로 구한다

[인니 홀린 한류]②농어촌公 최종 설계안 9월 인니 대통령 보고 완료
자카르타 매년 8㎝씩 침하…'100조' 북부자바 해안지역 구상안도 제출

편집자주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에는 수년 째 한류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필두로 K-푸드, 스포츠, 바이오 분야까지 전 산업에 걸쳐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뉴스1은 농업 분야에서 주요 수출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 속에 퍼진 한국 농식품과 농업 기술 등 K-농업 한류의 역동성을 살펴본다.

홍수로 물에 잠긴 자카르타.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해마다 8㎝씩 가라앉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구할 한국농어촌공사의 '대방조제 건설사업' 수주 여부가 이르면 내년 결정될 전망이다. 농어촌공사가 타당성 조사 및 설계를 맡은 대방조제 사업 수주가 확정될 경우, 이는 우리 새만금방조제 기술에 대한 최초의 수출 사례가 된다.

10일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자카르타 북부 해안지역의 대방조제 기본 설계를 담은 '북부자바해안종합개발사업 컨셉보고서'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새 지도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올해 3월 당선된 프로보워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자카르타 대방조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홍수 피해 지역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대선 이후 인니 신정부 인수위는 대방조제 사업 실행을 비롯해 북부자바 해안지역(Pantura Java)으로 방조제를 확장한 포괄적 개발계획 수립을 농어촌공사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공사는 총사업비 약 100조원에 달하는 사업 구상안을 신정부에 제출했다.

프로보워 대통령이 자카르타 지반 침하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생존' 문제임을 강조해온 만큼, 관련 업계에선 머지않은 시일에 인니 정부가 사업 추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그랑블루 자카르타 종합토지이용계획도. (사진제공=농어촌공사)

◇20년 완료됐으나 현안으로 결정 지연 중…최근 대통령 보고 완료

당초 농어촌공사의 기본조사 보고서는 2020년 12월 완료돼 한 차례 제출된 바 있다. 당시 보고서 열람 후 인니 정부가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했으나, 코로나19, 신수도 이전 이슈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됐다. 현재는 인니 정부 공공사업부 장관령으로 1단계 해안제방 복구 시행이 진행 중이다.

공사 등에 따르면, 인니 정부와의 협의 결과 방조제 내측 수질 문제와 재원 조달에 따른 사업화 방안 마련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인니 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다.

이에 공사는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비 투자가 필요한 대방조제 사업 중 우선 추진 구간을 지정해 사업화하는 방식의 '사업 조기 추진 구상안'을 신정부에 제시했다. 선도구간 설계는 KOICA 재원을 요청해 시행지원 하고, 조성공사는 인니 정부에서 EDCF 등의 차관을 이용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인니 정부가 시급히 사업 추진을 원하는 만큼, 설계를 완료한 농어촌공사도 속도감 있는 진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카르타 대방조제 일부 부지 전경. 방어벽 너머의 해수면이 지반보다 1m가량 높은 모습을 볼 수 있다. ⓒ News1 나혜윤 기자

◇육지보다 1m 훌쩍 넘는 해수면…침몰 중인 자카르타, 방조제 건설 시급

실제 농어촌공사가 설계했던 대방조제 일부 부지에 가보니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인니 정부의 경각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육안으로만 보더라도 이미 방어벽 너머의 해수면은 지반보다 1m 이상 높았다. 농어촌공사 인도네시아사무소장을 지낸 남호성 부장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방어벽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당시에도 해수가 자꾸 (육지 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이미 많이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방어벽도 시멘트를 여러 번 덧대는 방식으로 높이를 올리고 있었다. 자꾸만 낮아지는 지반으로 바닷물이 넘칠까 '임시적'으로 방어벽을 올리는 셈이다. 궂은 날씨에 큰 파도라도 한번 치면 해수가 육지로 넘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인니는 쓰나미 위험도 높고, 침하가 상당히 진행 중인 북부의 경우는 2010년쯤부터 만조 때마다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오는 일이 흔하다.

자꾸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방어벽을 여러번 덧대어 높인 것을 볼 수 있다. ⓒ News1 나혜윤 기자

자카르타 대방조제 최종 설계안에는 우리 새만금 방조제의 노하우가 담긴 만큼, 공법도 유사하다. 두 방조제는 길이도 비슷하다.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는 33.9km, 자카르타 대방조제 길이는 33km 정도다.

다만 지형의 특성상 높이가 새만금(36m)과는 달리 20m가량으로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깊이가 새만금보다는 얕아 대방조제 건설이 용이해 보일 수 있지만, 자카르타의 해수면이 점성토이기에 모래 위에 세워진 새만금과는 방식이 까다롭다.

대방조제가 수해를 방지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중간에 5개 교량을 연결해 총 3.6km 구간에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방조제로 설계됐고, 자카르타의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방조제 위에 6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남 부장은 "자카르타를 올 때마다 계속해서 해수가 더 올라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면서 "인니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 대기업이라든지 민간 기업들도 대방조제 공사에 참여하게 돼 한국으로서도 많은 경험과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새만금방조제 건설에 대한 우리 기술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