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장관 "양곡법 등 농업4법, 도움 안 돼…재의요구 제안"
"반대입장에도 수정없이 처리돼 유감…시행 불가능한 법들"
"쌀산업 근본대책·자조금법 개정 등 추진…재해 보장도 확대"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양곡관리법(양곡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등 농업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농업·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반대입장을 설명했지만 수정 없이 처리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뒤 재의요구서를 붙여 국회에 다시 보내는 환부거부의 형식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재의요구 제안은 송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특히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송 장관은 "제도적으로 시행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법과 기존 제도와의 충돌, 국제 통상규범 위반, 수급 불안 심화,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곡법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곡의 시장가격이 평년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게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까지 추가됐다"며 "쌀 과잉생산을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제도운영 시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며, 쌀로 생산집중을 가속화시켜 타작물로의 전환을 위협할 것"이라며 "벼 재배면적 감축제 등 그간 구조적 쌀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조치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안법에 대해 송 장관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때 그 차액을 보전하도록 규정했는데, 영농 편의성과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을 쏠리게 해서 수급을 불안하게 하고, 가격 변동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농업인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생산자단체가 다수 포함된 심의회에서 지원대상 품목과 기준가격 등을 결정하는 방식은 품목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농업계 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해대책법에 대해서는 "재해 발생 시 기존 복구비 지원 이외 투입된 생산비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며 "응급 복구, 생계지원 등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상 국가 재해지원 원칙과 상충할 소지가 매우 크다. 농업인들도 일정 부분 자기 책임하에 재해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보험 가입 유인을 약화시키고 농가의 재해예방 노력이 저하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재해보험에 대해 송 장관은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할증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며 "재해위험도를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아 보험의 기본원칙 위반 및 보험업법 상충 소지가 크고, 보험사의 보험 상품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부는 쌀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배 면적 감축과 쌀 가공식품 산업 육성을 포함한 쌀산업 근본대책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농안법 대상인 농산물은 주산지별로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자조금단체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조금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는 노지채소(마늘·양파·무·배추· 건고추·대파) 중심으로 운영 중인 수급 안정사업을 시설채소·과수 등 총 21개 품목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재해대책법의 대안으로 농식품부는 올해 재해 복구지원 단가를 평균 23% 인상하고, 농기계 및 시설·설비 등 80개 지원항목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재해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 품목, 보장 재해 범위, 보장수준 등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송 장관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보완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책을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빈발, 수급 불안 등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 농산물 수급관리, 농업재해지원과 보험제도 개선 등 농업인과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