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5%p 낮춰 가계부담 6조↓…"대출이자, 1년 전과 비교하라"

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두 달 동안 총 0.5%p 금리 인하
대출 0.5%p 내리면 가계이자 6조 줄어…"길게 보면 체감 가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두 달 동안 기준금리를 모두 0.5%포인트(p) 낮추면서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가 연간 6조 원 줄어드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대출 수요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추세를 보였던 탓에 금리 인하의 효과를 의심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한은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장기적인 시야로 봐 달라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은행 대출금리는 상당 폭 내려온 상태임을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p 인하했을 때 대출금리도 똑같이 내린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대출을 받은 1명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적으로 30만 6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적용해 한은이 계산한 결과다.

(자료사진) /뉴스1

고금리로 고통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이자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 0.5%p 인하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 5000억 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이자 부담 경감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대출금리로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 등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다면 이자 부담 경감 효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오히려 은행권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 집계 결과, 국내 예금은행의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연 4.55%로 전월(4.23%)보다 0.32%p 상승했다.

지난 8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데다, 2022년 9월(+0.39%p)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4.05%로 0.31%p 급등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가계는 금리 인하의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을 주담대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소폭 오른 데다 은행들이 당국의 관리 기조에 따라 가산금리를 인상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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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0·11월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는 계속 체감할 수 없는 걸까.

한은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무용론'에 관한 질문을 받자 "금리 변동을 하루 혹은 한 달 단위로 짧게 보는데 사실 1년 전과 비교하면 금리가 굉장히 많이 내렸다"며 "금리 정책은 매일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난 5월부터 커져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실제 인하 이전에 금리 인하를 많이 반영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0.5%p 낮춘 효과가 미리 시장에 반영됐다고 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오히려 금리가 약간 높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방향이 전환된 바로 그 시점이 아니라, 전환 기대가 생긴 때부터 얼마나 떨어졌느냐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금융 안정을 위해 치를 '비용' 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어쩔 수 없이 금융 안정에 대한 비용을 치른 이후 내년 초에는 은행 가산금리 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루하루를 보지 마시고 긴 추세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