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1.9% '저성장 한국' 쐐기…수출·소비 돌파구 희미
작년 1.4% 성장 후 올해 2% '턱걸이'…내년 다시 1%대로 하강
기초체력 아래 저성장 기조 뚜렷…소비도 투자도 부양 어렵다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하면서 우리 경제가 완연한 저성장 터널 안으로 진입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1%대 성장 이후 올해 2% 초반을 턱걸이한 뒤 다시 1%대로 낮아지는 경로를 그릴 전망이라서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 당시의 2.1%보다 0.2%포인트(p) 낮춰 제시했다.
최근 수출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한 데다 내수마저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의 경우 2.2%로 내다봤다.
2% 미만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위기, 코로나19 확산기 등 대형 경제 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겪어본 적이 없는 성장세다.
유일하게 2023년 1.4%를 찍으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의 초입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앞서서는 △건국 초기인 1956년(0.6%) △석유파동 당시인 1980년(-1.6%)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등 5번이 전부였다. 대부분 대형 위기가 터졌던 때다.
그러다 올해 잠재 성장률 추정치인 2%를 겨우 넘기고, 내년에는 다시 잠재 성장률보다 낮게 떨어진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이같이 어두운 전망에서 탈출할 돌파구는 희미해 보인다.
최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올릴 상방 요인이 많지 않은 반면에, 하방 위험은 많다는 평가를 대체적으로 내리고 있다.
수출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 아웃' 우려가 짙은 데다 소비의 경우 내수 부진 장기화와 더불어 가계부채 관리에 따른 금리 인하 파급 효과 제한으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기업 투자도 소위 트럼프 발(發) 글로벌 불확실성 확산으로 특히 해외가 아닌 국내 투자의 경우 주춤할 공산이 크다.
결국 정부 소비만이 향후 경기를 부양할 확실한 동력으로 지목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한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이 부각되면서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확대 재정(추경 논의)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며 "추경 논의는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지만 예산 편성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경이 거론되는 현실은 내년 경기 안정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확인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기만 호조라는 뜻에서 'Only America'라는 말이 떠돌고 있으나, 실제론 미국 경제만 홀로 계속 좋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확대 재정이라는 정책 조합은 경기 침체 위험이 크지 않을 경우 추경 편성 규모 10조원 내외가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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