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집값보다 경기 먼저 살린다…한은 '깜짝' 금리 인하(종합)
15년 만의 2회 연속 인하…기준금리 연 3%로 0.25%p 낮춰
내년 1.9% 성장 전망…저성장 고착 우려에 자세 고쳐앉아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높은 환율, 집값,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경기 침체 방어를 우선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같이 의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 달 만에 금리를 다시 낮추는 '백 투 백'(back to back·연속) 인하를 결단한 것이다.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무려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의 주된 이유로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금리 인하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특히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저성장 고착 우려가 확산한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면서 "미국 신(新) 정부의 경제 정책 향방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주목했다.
그간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안 우려를 이유로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해 온 한은이 첫 인하 이후에는 경기 부진 대응 쪽으로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중심을 옮긴 상황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11월 경제 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1.9%를 제시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기존 8월 전망보다 0.2%p 낮아졌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도 기존 2.4%에서 2.2%로 0.2%p 낮췄다.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로 기대를 밑도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상황을 집중 반영한 전망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또한 이 같은 경기 부진 우려를 고려해 내수 경기 부양을 목표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향후 성장 경로에는 통상환경 변화와 IT 수출 흐름,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는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에 어긋나는 '깜짝' 인하였다.
앞선 <뉴스1> 조사 결과 채권 전문가 10명 중 9명이 이달 동결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00명 중 83명(83%)이 동결을 내다봤다.
앞서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 우려를 의식해 동결에 나설 것으로 봤으나 정작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해당 우려가 한풀 꺾였다고 분석했다.
금통위는 "주택 가격은 수도권에서는 상승 폭이 축소되고 지방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졌다"며 "가계대출은 정부 거시 건전성 정책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당분간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1400원 선을 넘나드는 환율의 경우 우려를 내비쳤다.
금통위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통화 긴축 터널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첫 기준금리 인하로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 쪽으로 전환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린 이후 2021년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인상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10회, 총 3%p에 달하는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연속 동결에 들어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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