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내수에 '금리인하' 온기…집값·환율 우려는 '숙제'
10월 첫 인하 이후 '백투백'…경제 비상에 15년 만의 연속 인하
내수 부양으로 침체 우려 돌파…환율·집값 상승 부작용 살펴야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11월 기준금리를 또다시 낮췄다. 수출이 정점을 찍고 후퇴하는 가운데 부진한 내수가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등 경제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가계빚 증가, 집값·환율 상승을 비롯한 부작용 우려를 짊어지고 15년 만의 '백 투 백'(연속) 인하를 결단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지난 10월 11일 한 차례 인하로 연 3.25%까지 내려온 기준금리의 0.25%포인트(p) 추가 인하를 의결했다.
지난달 금리 인하는 이번 통화 긴축기 들어 첫 금리 인상(0.50→0.75%) 이후 3년 2개월 만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pivot)이었다.
피벗으로부터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지만, 금통위는 10·11월 연속 인하로 경기 부진 대응에 나섰다. 최근 1400원 선을 넘나든 환율 불안과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가계부채 증가·집값 급등 우려에도 경기 방어를 우선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양대 설립 목표 중 하나인 '금융 안정'보다는 오랜 고물가·고금리로 얼어붙은 내수 부양에 보다 무게를 실은 결정인 셈이다.
한은은 이날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최근 보다 어두워진 수출·내수 등 경기 상황을 반영한 전망으로 해석됐다.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기대를 밑도는 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에 장기간 짓눌린 내수가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경제 성적표는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전분기 대비 -0.2%)했을 때만 해도 정부와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 효과라면서 3분기 양호한 실적을 확신했다.
하지만 실제 3분기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고, 그동안 내수 빈자리를 메워 온 수출마저 0.4% 감소해 더욱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첫 금리 인하 이후 미국 대선 결과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이번 연속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승리로 수출 둔화가 더욱 우려되는 만큼 내수라도 경기를 떠받쳐 줘야 경제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통위의 이번 동결로 평균 9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이 집계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1913조 8000억 원)을 지난해 국내 총가구 수인 2273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평균 8420만 원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금리 인하 파급 효과를 제한해 민간소비가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내년 초까지 대략 석 달간 정부소비를 늘리는 것 외의 뚜렷한 내수 돌파구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이 돌연 대두한 배경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예산 편성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경이 거론되는 현실은 내년 경기 안정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며 "예상보다 다수의 인하 의견이 등장하거나 회의 내용은 매우 비둘기파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금리 인하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기존 1.50%p에서 1.75%p로 벌어졌다. 원론적으로 볼 때 이 같은 금리 역전 확대는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은의 깜짝 인하로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다시 자극돼 가계부채 증가세가 또 급증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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