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선긋던 尹정부…경기부진에 정책기조 전환하나
수출 둔화에 내수 회복 요원…트럼프 리스크로 불확실성↑
"추경은 불가피한 선택"…"5월에 했어야" 실기 지적도
- 전민 기자, 김정률 기자, 손승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김정률 손승환 기자 =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줄곧 선을 긋던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부진과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통령실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줄곧 추경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입장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지만 그간 줄곧 추경에 대해 보였던 부정적 입장이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라는 (임기)후반기 중요한 목표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재정을 쓰지만, 방만하게 써서는 절대 안 된다"며 "정책의 효과나 정책 비용을 검토해서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런 것들은 결정이 안 됐고,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5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59조 원대의 추경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정부는 야권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에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합감사에서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가 악화할 수 있다"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진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경기회복을 이끌어 온 수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정부나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밑돌았는데, 특히 수출이 0.4%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했으며, 국내외 기관들도 전망치를 하향했다. 이달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0.3%포인트(p) 내렸고, 내년 성장률은 2.0%로 각각 0.1%p, 0.2%p 내렸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무역정책 변화 전망으로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년도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경제 성적표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 업체 TS 롬바르드는 한국이 멕시코에 이어 트럼프 2기 정책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와 연례협의 이후 보고서에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추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상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인하를 하지 못하면서 고금리와 대출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면 금융위기 등이 올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이런 상황에 재정도 늘리지 않으면 개방경제에서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한은이 금리인하에 돌입한 상태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후퇴한 상황"이라며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추경 편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추경 편성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올해와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 역시 재정적 부담이 된다. 지난해 56조 4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약 29조 6000억원 규모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세수 재추계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은 세수결손은 정책적 재량을 줄이는 요인이며, 추경이 필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세수결손에도 건전재정만을 강조하다가 재정투입을 실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5월쯤 세입이 안 좋은 것은 다 알았는데도, 사실상 정부가 희망고문을 한 것"이라며 "추경은 5월부터 필요했으며, 늦어도 9월 세입 재추계를 할 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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