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니도 인정 못받은 직장내괴롭힘…1년에 1만건 넘게 발생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 전년比 11.9%↑…올해 8월까지 7720건
5인 미만 사업장 제외·괴롭힘도 주관적으로 판단돼…고용부 "개선 검토"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하니 팜)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가운데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 문제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면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 28건으로 전년(8961건)보다 11.9% 증가했다.
2020년 5823건이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1년 7774건에서 지난해 1만건을 돌파하면서 크게 늘었다. 올해 8월까지 7720건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지난해 신고 건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만여건의 신고 중 과태료 처분은 187건, 검찰송치는 153건에 불과했다.
검찰에 송치됐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57건에 그쳤다.
직장 내 괴롭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피해 정도가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조사관이 피해 정도를 판단하게 돼 있어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만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는 점도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로 꼽힌다.
이에 일부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거나 이를 고민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직장갑질119가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이 10명 중 3명에 달하고, 이들 중 15.6%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현장에서는 더욱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직종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할 경우 대상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뉴진스 하니도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로부터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행정종결했다. 근로자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아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결과,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은 61.5%였으나 실제로 법 제도를 통해 대응한 사람은 14.2%,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은 경우는 38.7%에 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의 구체화, 노동위원회에 구제, 조정, 중재 등 기능 부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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