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식량위기…"품종개량·에너지 절감·안정적 생산기술 총력"

농산물 재배적지 북쪽으로 이동 추세…품종개발 등 대응 모색
정부, 제주에 온난화대응연구소 설치…아열대 작물 재배법 연구

제주 남원농협 APC에서 귤이 선별되고 있는 모습.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제주=뉴스1) 임용우 기자 = 폭설,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저온으로 인해 사과 가격이 널뛰고, 올해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배추가격이 치솟았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에 따른 국내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농산물들의 재배적지도 북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원활한 생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재배적지의 이동은 기후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품종개발 등을 통해 지연시키거나 바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감귤은 물론, 용과, 망고 등 아열대 작물을 키우기 위한 연구도 이뤄진다.

이같은 연구는 1년 내내 제주에서 감귤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미래 기후 변화에 적합한 다른 작물로의 전환도 염두에 둔 조치다.

올해는 감귤 재배를 위한 최적의 날씨 조건도 형성되지 않았다. 21세기 후반기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6.3도로 현재(2.3도)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올해 극조생품종의 노지감귤과 레드향, 천혜향 등에서 열과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7~9월 제주는 74일의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1923년 기상 관측 이후 최장기간으로 과거 1위였던 2022년 50일보다 무려 24일이나 길게 이어졌다. 평균기온은 28도로 전년 26.7도보다도 1.3도 더 높았다.

여기에 제주 지역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착색 부진, 외관 불량 등이 잇따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올해 노지감귤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6.8% 감소한 37만 8000여톤이다.

이에 제주도는 '감귤조례'를 개정하면서 착색도 기준과 만감류 무게 기준을 완화했다. 감귤은 통상 평균 온도 20도 안팎에서 초록색에서 주황색으로 착색되는데 제주에서 재배하는 귤의 20%는 껍질이 초록색이더라도 과실은 익어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에 제주도는 착색도 기준을 완화해 착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감귤도 출하가 이뤄지도록 허용함으로써 올해 전체 출하량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귤의 상품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열대 작물로의 전환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 한 귤밭.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앞으로 30년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도 이하인 기후대를 가진 경지면적이 최대 전체 경지면적의 5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재배적지가 유지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경북 등에서 재배되던 사과는 2050년대에는 전북과 강원도 고산지를 위주로, 제주 등에서 재배되는 키위는 대부분의 남부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열대 작물은 고온 조건에 잘 적응해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작물로, 기존 전통적인 작물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식량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아열대 작물의 수입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망고는 2014년에 약 1만 톤이 수입됐으나 2023년에는 약 2만 7000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열대 과수 재배면적은 221.1ha로 2018년(117.2ha)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품목도 망고, 패션프루트, 바나나, 올리브, 파파야, 용과 등으로 확대됐다.

다만 지금까지는 아열대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설 내 가온이 필요해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높다. 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증가 역시 환경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농가 경영비 절감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해 각 아열대 과수 작물에 적합한 에너지 절감 기술과 안정적인 생산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농진청은 제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설치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품종개량, 재배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하기 좋은 유망 아열대 작물 17개를 선정했다.

여주, 강황, 공심채, 얌빈, 오크라, 차요테, 아티초크, 롱빈, 망고, 올리브, 패션프루트, 파파야, 용과, 페이조아, 아보카도, 리치, 커피 등이다.

레드용과.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이들 작물의 도입과 병해충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 강수량, 일사량에 대한 고해상도 농업용 미래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해 여름배추, 키위 등 총 14개 작물의 미래 재배적지 변동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생육 예측모형 개발과 적용을 통해 주산지 적정 작기와 생산량 변동을 예측한다. 농업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작물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전지혜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연구와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앞으로의 농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