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200조 빚'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3분기에만 3.3조 흑자…'연료비 하락'에 5분기 연속 흑자
중동 정세에 국제에너지價도 '오름세'…요금인상 필요성↑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8일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해 요금을 협의 중이다.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내년에도 역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 총선까지 맞물리면서 요금인상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2023.12.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이정현 기자 =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올해 3분기까지 5조 94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0조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해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전망이다. 한전이 흑자를 거두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 이후 최대 폭의 흑자지만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69조 8698억 원, 영업비용 63조 9241억 원으로, 5조 94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전은 국제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분기별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2조 원이던 영업이익은 4분기 1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3000억 원, 2분기 1조 2503억 원으로 줄었으나 3분기 들어 3조 3961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는 3분기에만 1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4분기 1조 3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000억 원, 2분기 1000억 원으로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3분기 들어 반등했다.

국제연료 구입비 감소가 흑자를 이끌었다. 3분기까지 한전의 영업비용은 연료비, 전력 구입비 감소 등으로 8조 2158억 원(-11.4%) 줄었다.

자회사 발전량은 3.0%, 민간 발전사 구입량은 5.4% 각각 늘었지만, 자회사 연료비는 4조 325억 원, 민간 발전사를 통한 전력 구입비는 3조 5247억 원 각각 감소했다.

유연탄은 톤당 134.4달러, LNG는 MMBtu(100만 열량단위)당 114만 1400원으로 전년(184.5달러, 146만 4700원)보다 27.2%, 22.1% 각각 하락하면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은 ㎾h당 132.6원으로 전년(179.4원)보다 26.1%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구조가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 여하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사태를 키운 건 생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역마진' 구조였다.

한전의 현재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이는 100원에 원재료를 들여와 60원대에 팔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까지 90%를 웃돌던 원가 회수율은 2021년 85.9%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이런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3조 원(연결), 누적적자 41조 원으로 매년 부채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자 비용만 4조 5000억 원을 냈다.

특히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고환율에 따른 에너지가격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도 한전의 요금 정상화 명분을 더한다.

지난 1분기 톤당 126.5달러였던 유연탄은 중동 분쟁 등이 이어지면서 3분기 톤당 141달러로 올랐다. LNG는 MMBtu(100만 열량단위)당 13달러로 1분기(9.3달러)보다 39% 상승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브렌트유 선물 가격. ⓒ News1 박정호 기자

더욱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국내 도입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

현재 한전은 채권 발행과 자회사 배당금 등을 통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지난 6월 채권발행을 재개한 한전은 한 달 동안 2조 원 상당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릴 수 있는 한전법 개정안이 2027년을 끝으로 일몰되면 재정부담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다만 한전은 지난달 24일부터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전력량 요금을 평균 한 자릿수 인상률인 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했다.

구체적으로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은 10.2%(16.9원) 인상된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8.5원) 인상된다. 산업용(갑)은 계약전력 300㎾ 미만, 산업용(을)은 계약전력 300㎾ 이상으로 구분된다.

산업용 사용자는 전체 사용자의 1.7% 수준인 약 44만 호로 작은 규모지만 전체 전력사용량의 53.2%를 차지하고 있다.

한전은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월 3900억 원, 연간 4조 7000억 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 관계자는 "자구노력을 철저히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전기요금 단계적 정상화와 더불어 전력구입비 절감 등을 통해 누적적자 해소를 추진하겠다"며 "앞서 발표한 재정건전화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