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범위로 발표?…번번이 빗나가는 성장률 전망에 난감한 정부

지난 2011년 말부터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공개
매년 정부 경기 인식 '실기론' 대두될 가능성 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2024.1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올해 연간 성장률로 제시한 2.6%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가운데 현재의 소수점 첫째 자리 전망이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발표한 '2012년 경제전망'에서 처음 소수점 첫째 자리가 표기된 전망치를 공개했다.

정부는 2011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2012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후반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같은 해 말 이를 대폭 수정해 3.7%라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더 이전인 2009년과 2010년에는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로 '5% 내외'라는 표현을 각각 사용한 바 있다.

현재의 소수점 첫째 자리 전망은 약 13년 전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보다 명확한 전망을 내놓기 시작한 건 잠재 성장률이 떨어진 이유가 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성장률이 5~6%대에 달했을 땐 몇 퍼센트포인트(%p) 틀리는 것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며 "고성장 시대가 저물고 잠재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경기 예측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별다른 돌파구를 찾진 못하는 모양새다.

다시 과거처럼 전망치를 내외나 초반, 후반 등 범위로 제시하면 예측의 정확성은 끌어올릴 수 있겠으나, 정부가 전망에 실패할 것에 대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소수점 전망 체제를 이어가면 매년 경기 인식에 대한 '실기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만 놓고 봐도 주요 기관의 성장 전망치 줄하향이 예고된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과 1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GDP 속보치를 내놓는 한국은행도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기존 전망치(2.4%)를 내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한 2.6% 성장은 사실상 달성이 요원해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망을 주 업무로 하는 기관은 아닌 만큼 전망 기관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한 번 채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의 비가역성을 고려하면 현행 방식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1년 6월 발표한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 (기재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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