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5달째 흑자여도…"트럼프 공약, 수출여건 악화 우려"(종합)

올해 전망치 초과 달성할 듯…문제는 내년 무역 불확실성
"1400원 고환율, 수출 증가 제한적" 경기-물가 우려 확대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1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쓰면서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내년 이후의 수출 여건 불확실성이다. 2년 만에 1400원에 달한 고환율도 수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무역 흑자와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불씨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5월부터 계속된 5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흑자 폭도 지난 8월(65.2억 달러)보다 50억 달러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6월(125.6억 달러) 이후 최대이면서, 같은 달 기준 역대 3위로 큰 흑자 규모다.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646억4000만 달러로 계산됐다. 1년 전 같은 기간(167.5억 달러)과 비교해 누적 흑자 규모가 약 4배에 달한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로 730억 달러를 전망했다. 남은 10~12월 월평균 28억 달러 수준의 흑자만 내도 전망치를 달성한다.

전망치 달성은 무난해 보이고, 초과 달성까지 예상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8월 경상수지 흑자로 730억 달러를 전망했는데 10월 무역수지가 축소되긴 했지만 상당 부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조사국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제공)

9월 상품수지는 106억 7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전월(65.2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IT 아닌 품목의 수출 감소세 확대에도 IT 품목과 승용차가 증가하면서 수출이 12개월 연속 늘어 상품수지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확대(-12.3억 → -22.4억 달러)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9억 4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14.2억 달러)보다 적자 규모를 줄였지만,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가 계절적인 이유로 인해 확대(1억 → -6.6억 달러)된 영향이다.

우리나라 향후 경상수지 추이를 결정할 관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에 따른 무역 경기 불확실성 확대 여부가 주요하게 지목된다.

신 국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경제, 통상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통상 부문 공약을 보면 수출 여건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이) 업종별로, 품목별로 기회가 되는 곳도 있고 위기가 되는 곳도 있을 텐데, 전반적 여건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한은도 미국 대선 결과를 불확실성 요인으로 모니터링 해 왔기에, 11월 경제 전망 발표에서 우리 경제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날 1400원을 넘긴 환율은 수출 증가세를 확대하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예측됐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 쪽으로 바뀌었기에 환율이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고환율은 악재에 가까운 경제 여건으로 평가된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국이어서 수입 확대로 인해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이 경상수지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고 수입 물가를 통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국 전망에서 더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