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O형 대통령' 트럼프 컴백…"손익계산서 청구 대비해야"
[트럼프 당선]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원칙…보호무역주의 회귀 불가피
韓도 예외 아냐…자동차·냉장고 등 주력 수출품목 리스크 관리↑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47대 미국 대통령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됐다.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오르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소위 '트럼프노믹스 2.0'에 대한 손익계산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세계 통상질서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가져왔다.
상대국과의 교역에 있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역시 일관된 정책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관세 리스크가 예상되는 수출품목 관리, 내수 진작으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통상정책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로 점철된다.
우리나라와의 통상관계로만 좁혀보면 대표적으로 2018년 1월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컸던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2022년에야 승소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또 2018년 3월에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유럽연합(EU), 일본과 달리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우리 정부당국은 미국정부에 이와 관련한 개정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의 명확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트럼프는 한국과의 무역적자 문제를 줄곧 제기하면서 2017년 45대 대통령 당선 후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양국은 개정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는데, 핵심은 기존 화물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한 시한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더 연장하면서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제작사별로 5만대까지 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미 행정부는 성명을 내 "한국은 중요한 동맹국이자 무역 파트너라면서 트럼프 한미 FTA 개정안의 합의로 균형을 맞추고, 무역적자를 줄여나가며 국가 안보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라 미국의 통상정책은 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집권 시 변화할 정책방향을 기술한 자료를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역임하며 강경한 보호무역정책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는 "불공정하고 비호혜적인 WTO 체제로 인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이를 시정하기 위한 미국 상호무역법 입법화"를 주장했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남기는 모든 상대국에 대해 강력한 통상압박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연평균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연평균 458억 달러로, 이는 대세계 무역수지 적자(1조 2135억 달러)의 약 3.8%를 차지한다.
중국이나 EU, 일본 등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근 3년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이 연평균 27.5% 수준으로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흑자 규모가 큰 자동차,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주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은 "해당 품목들에 대한 미국 측의 무역수지 개선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도 미국 측 무역수지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미국 측이 통상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리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 회장)는 "(대미)수출이 줄거나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고, 반대로 수입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율도 올라갈 가능성 높은데 우리나라 경제로 보면 좋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인 부분에서 수출을 (미국 이외에)다른 지역에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출 다변화가 어렵다면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물가안정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uni121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