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도 못갚는다" 자영업 연체 2.6조 '역대 최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0.57%…9년 3개월 만에 최고
숙박음식 '금융위기'·제조업 '코로나' 후 최악 연체율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은행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2년 연속 불어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대출금리가 낮아졌음에도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겹악재'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빠진 빚 수렁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은행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에게 제출한 '업종별 개인사업자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말) 국내 은행의 전체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2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체액은 국내 은행들이 제출한 업무 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연체 규모를 합산한 결과다.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연체 규모일 뿐 아니라, 2022년 3분기(0.86조 원) 이래 2년(8개 분기) 연속 증가에 해당한다.

이번 2분기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전분기(2.45조 원) 대비 1500억원가량 증가했다.

국내은행의 주요 업종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황정아 의원실 제공)

국내 은행의 전체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7%로 2015년 1분기(0.5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중에서도 숙박음식업 연체율이 1.03%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분기(1.38%)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숙박음식업과 함께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도소매업은 연체율 0.85%를 기록해 2013년 3분기(0.93%) 이후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내수 업종만 아니라 수출을 떠받치는 제조업마저 연체율 상승세를 지속했다.

2분기 제조업 연체율은 0.62%로 전분기(0.61%)보다 0.1%포인트(p) 소폭 오르면서 2022년 2분기(0.23%) 이후 2년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제조업 연체율이 이같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1분기(0.62%)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분기 제조업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4400억 원으로 2022년 2분기(0.16조원) 이래 2년 연속 증가세를 계속했다.

연체 규모가 불어난 것은 내수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2분기 도소매업 연체액은 6600억 원으로 2022년 2분기(0.15조 원) 이후 2년째 증가세를 보였다.

이로써 수출 둔화, 내수 경기 침체의 설상가상 상태인 자영업 경기를 방증했다.

황 의원은 "내수 경기의 가늠자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3분기도 골목 경제가 악화했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중"이라면서 "가뭄에 단비가 될 지역화폐 등 민생 예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