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앞으로 금융 완화…구조적 문제 심화할 수 있다"

한국금융학회 공동 심포지엄 축사
'한국형 리츠' 도입 제안…"가계부채 완화에 큰 보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금리 인하가 민간 신용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 심화를 막기 위해 "가계가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적절한 비용으로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 축사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민간 신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경제 생산성이 낮아지고 소비를 제약하는 등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특히 "저출생 등 구조적 문제로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도록 유도해 경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형 뉴 리츠(REITs)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한국형 뉴 리츠는 한은이 그동안 다뤄온 구조개혁 보고서 시리즈 중 하나"라면서 "리츠를 활용해 주거에 필요한 자금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계부채 누증을 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금리 조정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밀접히 연계돼 대출 규제나 금리 조정만으로 디레버리징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전처럼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리츠를 통한 주택금융은 가계의 자산과 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라면서 "이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계, 금융회사, 투자자, 정책당국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