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엔 '고정비'가 나라살림의 60%…"개혁없이 건전재정 불가"

재량지출 연평균 2.4% 늘어나는데…의무지출 매년 6.4% 증가
내년 재량지출 증가율 0%대인데 77조 적자…"의무지출 개혁 필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 재정지출 내 '의무지출'이 매해 5% 이상 늘어나는 가운데 2030년에는 비중이 60%를 돌파할 전망이다. 재정의 경직성도 이와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의무지출을 줄이는 재정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NABO)의 '2024~2033년 NABO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정부의 재정지출(총지출) 내 의무지출은 올해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6.4%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339조 4000억 원 수준인 의무지출은 2033년에는 591조 3000억 원으로 10년 새 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53.5%에서 2031년에는 60.2%로 60%를 돌파할 전망이다. 예정처는 2033년에는 의무지출 비중이 61.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의무지출이란 법적·제도적으로 지급이 확정된 항목이다. 사회보험, 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성 지출뿐만 아니라 지방교부금, 국가채무 이자 등이 포함된다. 의무지출은 고령화와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의무지출 내에서도 공적연금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8.6%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지출도 6.8%, 지방이전재원 역시 5.8%씩 연평균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의무지출 비중 증가로 인해 정부의 재정운용 경직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정처에 따르면 2033년까지 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연평균 2.4% 증가하는데 그치며, 총지출 대비 비중은 46.5%에서 38.2%로 8.3%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계됐다.

실제로 내년 예산안에서도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간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내년도 예산상 의무지출 증가율은 5.2%에 달하는 반면, 재량지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하다. 이에 따른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올해 2.8%보다 0.4%p 높아진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7조 7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9%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정부 재정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걷는 세금(세입)이 늘어나거나, 지출이 줄어들어야 한다.

향후 세입여건은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와 올해에 비해서 나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지만, 저출생·고령화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추가 세원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의무지출에 손을 대는 '재정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량지출 증가율이 0%대인 가운데, 7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건전재정을 위해서는 의무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의무지출은 대부분 법률로 강제된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의무지출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도 정부가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재량지출은 0%대로 묶었는데도 적자가 77조원씩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지출이 충분히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재량지출은 줄일 만큼 줄였는데도 세입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지출이 여전히 편성되고 있다는 것이며, 결국 의무지출을 통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재정개혁이 없다면 정부는 세수 호황만을 기다려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이제는 의무지출 통제를 위한 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