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한 농진청장 "농산물 수급 문제 '디지털육종·위성·CA'로 해결"

[뉴스1 초대석]국내 최고 농정 전문가…하루 3~4회 현장 소통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위성 예측기능, 비축기술 강화"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 News1 유경석 기자

"기후변화에도 농산물 수급에 걱정 없도록 디지털육종 기술과 농업위성 등을 이용한 관측시스템, 비축기술 등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전주=뉴스1) 대담=국종환 경제부장 임용우 기자 =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지난달 말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뉴스1>과 만나 "기후변화 대응, 밭농업기계화, 스마트팜 확대, 디지털육종 기술 확산 등을 추진해 농산물 수급 문제를 해소해나갈 것"이라며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농진청의 역할과 목표를 강조했다.

권 청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업·축산·식품·방역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국내 농업정책 최고 전문가다. 지난 7월 농진청장에 취임한 이후 △민·관 협력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 추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 △미래 대응 청 조직·인력·제도 개선 등 3대 분야 농업 연구개발 혁신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권 청장은 농업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반을 만들어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최근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사과, 배추 등 농산물 수급 우려가 제기되자 권 청장은 하루에만 3~4차례 농업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해결책 마련에 몰두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권 청장은 2025년 하반기 발사되는 농림위성을 활용해 수급 예측 기능을 강화하고, 디지털육종 기술 확대 및 첨단 저장기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술을 활용하면 농산물 수급 문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권 청장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농진청의 역할과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농진청은 그간 우리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우리 벼 품종 주권을 우수 품종을 개발한 결과, 고시히카리와 추청을 '해들'과 '알찬미'로 대체할 수 있었다. 라디오파를 이용해 소고기 숙성 기간을 3주에서 2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데이터·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농업, 생명공학 기술을 융합시킨 그린바이오 혁신기술과 농촌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농업 등을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육종 지향, 스마트농업 확산, 밭농업기계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취임 이후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에도 농진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진청에는 현재 1200명의 연구 인력이 있는데 농업과 농생명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와 현장에 보급하는 등 2가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농업위성이 내년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농업도 위성시대다. 10월 31일 개소한 농업위성센터를 통해 내년 하반기 농업위성 발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위성은 전국을 3일마다 촬영하게 된다. 관측 폭 120㎞로 공간해상도도 5m에 달해 효과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농업관측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해 설문조사를 하고 현장 의견을 들어야 했지만, 농업관측에 위성을 이용하면 객관적이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농산물 수급뿐만 아니라 산불, 홍수가뭄, 기상 재난 정보 같은 경우에도 접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농산물의 재배지 변화,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위성이 쓰일 수 있다.

-최근 들어 배추 등이 수급 불안을 겪으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중요도도 커졌다.

▶문제가 됐던 건 여름배추다. 여름배추는 고랭지에서만 생산되는데 면적이 5000㏊에 불과하다. 최대 생산량은 정해져 있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배추 같은 경우 CA 기술을 활용하면 최대 저장기간을 2배로 늘릴 수 있다. 지금 비축된 배추는 통상 40일 정도 저장되는데 이를 2배로 늘리면 10월까지 봄배추를 공급할 수 있다.

또 농산물 특성상 연작을 하면 병해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강원도에서 나는 배추는 선충, 반쪽시드름병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비작물을 이용하면 된다. 최근 강원지역에서 녹비작물을 활용해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는 것이 실증됐다. 병해충을 관리하면 공급량이 늘어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재배면적도 확대해야 하는데 농진청에서는 준고랭지 논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배추는 습기에 약한데, 무굴착 땅속 배수 기술을 이용하고 농진청이 개발한 내서성 품종 '하라듀'를 이용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이 강원도 평창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진부시험지에서 여름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준고랭지 신작형 생산기술 연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2024.8.13/뉴스1

-기후변화에 대한 품종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이 있는지.

▶농진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품종은 콩 '장풍', '선유2호', 옥수수 '광평옥2호', 감자 '아리랑1호', 고구마 '호풍미', 배추 '하라듀', 마늘 '홍산', 사과 '골든볼', 인삼 '진원' 등 다양하게 있다. 고온건조한 재배 환경에서 수량, 품질이 유지되거나 병해충에 강하고, 침수 피해에도 버틸 수 있는 품종들이다.

특히 배추 신품종은 숙기가 45~50일로 기존 품종보다 빠르고 고온건조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결구 되는 특징을 지녔다. 올해 강원도 고랭지에서 시범재배한 만큼 실증을 거쳐 현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농진청이 디지털 육종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디지털 육종은 첨단 융복합기술을 접목해서 맞춤형 종자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식물의 유전체·표현체 정보 등을 빅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AI를 거치면 원하는 유전적 특성을 지닌 품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으로 분석된 유전체 데이터와 표현체 데이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진청은 2017년부터 스마트온실에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을 구분하는 센서와 컨베이어 시설, 로보틱 자동화 장비 등을 갖춘 표현체 연구동을 가동하고 있다.

기상청으로부터 슈퍼컴퓨터 2대를 들여와 일반 서버 컴퓨터가 2년 넘게 걸리는 분석 작업을 2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육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통상 15년가량 걸리는 신품종 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품종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스피드브리딩' 기술도 활용한다. 밀은 자연조건에서 1년에 한 번 수확하지만, 스피드브리딩 기술로 네 번까지 수확할 수 있어 품종 육성 기간을 6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 농진청은 스피드브리딩 기술은 벼, 콩, 밀, 참깨 등에서 활용 중이며, 향후 대상 작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밭농업기계화가 미진한데 앞으로 개선 계획은.

▶국가 인구감소 기조, 농촌 노령화 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작업의 기계화는 서둘러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현재 63.3% 수준인 밭농업기계화율을 2026년까지 77.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밭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파종·아주심기(정식)’ ‘수확’이지만, 기계화율이 각각 12.6%, 32.4%에 불과하다. 농업 기계화는 농기계 개발이 된다고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밭농업기계화를 위해서는 4가지가 해결돼야 한다.

현장 수요가 높은 작물을 우선해서 기계를 개발하고, 농가가 기계를 사용할 때 이익이 된다는 걸 인식하게 해야 한다. 특히 농기계는 가격이 비싸 모든 농가가 구입하기 어려운 만큼 농기계를 농가가 임차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군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임차 농기계 보급을 늘려야 한다.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기계화를 저해하는 제도나 관행도 없애야 한다. 농가에서 필요한 농기계 개발을 위해 선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및 민간 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해 개발기간을 단축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 News1 유경석 기자

-쌀은 과잉생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콩이나 밀은 자급률이 낮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9.3%다. 전체 농경지 151만ha 중 46%(69만 7000ha)에서 벼를 재배하다 보니 쌀 자급률은 104.8%에 달한다. 소비량이 많은 밀은 1.3%, 콩은 28.6% 수준의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밀 자급률을 2027년까지 8%로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산과 함께 국산 밀가루 소비가 받쳐줘야 한다. 밀 생산면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품종과 최적의 재배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소비 용도에 맞는 고품질 밀 품종과 겨울철 이모작 밀 재배에 필요한 재배 기술을 개발 및 보급하려고 한다. 또 국산 밀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중의 수입 밀가루 유통 체계처럼 국산 밀도 소비 용도에 따른 밀가루 구분이 필요하다. 국산 밀 전용 제분 시설도 내년까지 5개로 확대해 공급할 계획이다.

콩 자급률은 2027년까지 43.5%로 높이는 게 목표다. 콩은 기계화율이 71.1%로 높아 경지정리가 된 논에 유리한 만큼 배수기술과 더불어 논 이모작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지원할 방침이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1968년 출생 △경북고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정책경제학 석사 △농식품부 협동조합과장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장 △식품산업정책과장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국장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축산물안전부장 △축산정책국장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농식품공무원교육원장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농식품부 차관보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

◇농촌진흥청은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업인‧농촌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보급 및 농촌지도, 교육훈련, 국제협력을 통해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향상 및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1962년 4월 1일 설립됐다. 주곡 자급을 달성한 녹색혁명, 사계절 신선 농산물 소비를 가능하게 한 백색혁명에 일조했던 농진청은 최근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품종, 기술개발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바이오농업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농업혁신과 치유농업 확산 등 농업을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발전하는 방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