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상당수 채택"…'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 논의 착수
기재부, 한국세법학회와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 개최
세제실장 "낡은 상속세법 경제 역동성 저해…과세 방식 정비"
-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1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아카데미아 세미나실에서 한국세법학회 주관으로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및 김석환 한국세법학회 회장,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윤태화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개회사에서 "낡고 오래된 상속세법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단 비판이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발표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자녀공제 확대 등으로 상속세 부담을 적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현행 '유산과세형' 상속 세제에서 '취득과세형'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당수 국가에서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기간 운영된 상속세 과세 방식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유산과세형은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에 과세하는 방식을, 취득과세형은 각 상속인이 물려받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과세표준이 쪼개져 세수 확보엔 불리하지만, 각자가 받는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해 공평과세 측면에 더 부합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유산세 방식에선 피상속인 A 씨가 30억 원의 자산을 세 자녀에게 각각 10억 원씩 물려주더라도, 30억 원 전체에 대해 과세한다. 현행 상속세율은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구간(40%)에 대해선 10억 원 이하 구간(30%)보다 10%포인트(p) 높은 세율을 적용하므로, 이때 총세액은 약 8억 1000만 원 수준이다. 세 자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1인당 2억 70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각 자녀는 자신이 받은 10억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이 경우 1인당 세 부담은 1억 8000만 원 수준으로,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세금이 약 9000만 원가량 줄게 된다.
첫 번째 세션 발제를 맡은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상속세는 누진세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표준의 크기가 2배가 된다면 산출세액은 2배가 아닌 그 이상이 된다"며 "유산세 방식에선 유산취득세 방식과 비교해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선진국 국가 중 상속세를 과세하는 나라가 총 24개 정도인데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개에 불과하다"며 "또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기준 2.4%인데 OECD 평균인 0.6%와 비교하면 약 4배나 더 큰 세 부담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하 납세자연합회 이사는 이어진 토론에서 "상속세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부자들에게 과세하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현재는 중산층도 상속세 부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약 11억 원이 넘는데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고 각종 공제를 적용받더라도 1억 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경우 행정 낭비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각 상속인 간의 실질 상속 재산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선 많은 행정 수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조세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산취득세 전환 개편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 개정 법률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s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