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체코원전 불확실성 걷혔다…내년 3월 본계약 탄력

체코 반독점 당국, 웨스팅하우스·EDF 이의제기 기각
항소해도 판단 바뀔 여지 없어…한수원 "차질없이 진행"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체코 반독점 당국(UOHS)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 정부 간의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사업 계약에 미국과 프랑스 업체가 제기한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예정된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의 최종 계약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일 현지 매체와 AFP 통신에 따르면 UOHS는 전날 보도 자료를 통해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의제기에 대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UOHS는 "두 회사의 제안에 대한 절차가 대부분 중단됐으며, 다른 부분은 기각됐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제기한 입찰 절차가 위법이라는 주장은 이의신청 기한이 지났고, 한수원의 계약 이행 능력이 없다는 주장에는 경쟁사가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DF가 주장한 보조금 규정 위반 등의 주장도 기각했다.

EDF와 웨스팅하우스는 UOHS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CEZ는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을 할 수 없다. 다만 두 회사의 항소 여부와는 상관없이 본 계약은 무리 없이 진행될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 경쟁사가 제기한 문제는 이미 입찰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이 외의 다른 문제 제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항소심에도 UOHS가 판단을 달리할 이유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UOHS의 기각 발표는 두 회사의 이의제기에 따라 원전 계약 체결을 '일시 보류'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결정된 것으로, 이번 계약과 관련 체코 정부가 팀코리아에 보낸 긍정적 시그널로 읽힌다.

실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루카스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UOHS가 한수원과 자국 정부 간 신규 원전 계약 진행을 일시 보류 조치한 데 대해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이러한 단계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이번 일은 '통상적 절차'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루카스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 매체 '에코24'(Echo24)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프로젝트 소유자나 절차의 참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입찰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와 한수원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전날 대통령실은 체코 정부의 '일시 보류' 조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실제 본계약 진행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YTN에 출연해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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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도 입장문을 내 "체코 경쟁당국이 진정을 접수했기 때문에 관련 표준절차에 따라서 예비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체코 경쟁보호청이 경쟁사의 진정 검토 결과를 어떻게 결정할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팀코리아와 CEZ 간 최종 계약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장 이달 셋째 주에는 2주간의 일정으로 체코 원전 사업 발주처인 CEZ 관계자 60여 명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한수원과 내년 3월 예정된 본계약과 관련한 세부 조건을 협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CEZ 관계자들은 또 국내에서 운영·건설 중인 원전을 시찰하고,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주기기 제작 역량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체코 측과도 긴밀히 소통·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총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이후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8월 체코 정부의 결정에 불복해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제기했다.

과거에도 EDF는 체코 정부의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이후 유사한 진정을 제기했지만, 체코 반독점 당국은 당시에도 체코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