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 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제일건설 그룹에 과징금 97억

공정위, 제일건설등 3개사에 과징금 총 96억8900만원
제이제이·제이아이건설, 시공 능력 없어…제일건설 공동 시공으로 성장

ⓒ News1 장수영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계열사와 협력사를 동원해 '벌떼입찰'로 공공택지 아파트 입찰을 따내고, 총수 일가 소유의 계열사에 공사 일감을 몰아준 제일건설 소속 회사들에 과징금 약 97억 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일건설 등 3개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6억 8900만 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은 △제일건설(48억 4500만 원) △제이제이건설(31억 4800만 원) △제이아이건설(16억 9600만 원) 등이다.

제일건설은 2003년 유재훈 전 사장 등이 출자해 '㈜풍경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의 종합건설회사다.

현 제일건설(구 풍경채)은 2007년 구(舊) 제일건설로부터 분할된 시공사업 부문을 합병하고 2008년 사명을 제일건설로 변경하면서 그룹의 대표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건설은 유 전 사장(42.4%)과 배우자(14.9%), 직계비속(31.3%), 기타 친족(11.4%) 등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이제이건설도 유 전 사장과 배우자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제이제이건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추첨에 계열사나 협력사를 동원하는 '벌떼입찰'로 공공택지를 확보해 아파트를 건설·분양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했다.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다.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한용호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 역량이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제일건설그룹 지분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24.10.30/뉴스1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제이제이건설과 2016년부터 화성동탄·울산송정·서울항동·시흥장현 총 4건의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제이아이건설과는 2017년부터 시흥은계·시흥장현·파주운정 등 총 3건의 공동도급 계약을 맺었다. 지분율은 일관되게 제일건설에 70%,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에 30%를 배분했다.

지역업체 의무 참여 등 정책적 차원에서 공동도급을 유도하는 관급공사와 달리 민간 발주공사에서 공동도급은 단독 수주(시공)보다 사업상 더 유리하거나 그 외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행을 맡았거나 실질적 사업 주체인 7개 공사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사업역량이 없거나 미미한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시공사로 선정했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과의 공동도급 전에는 아파트 건설실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제이제이건설의 경우 첫 번째 공동도급계약 체결 8개월 전에 토목건축 공사면허를 취득한 상황이었다.

제일건설과의 공동 시공을 통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각각 1574억 원과 848억 원의 시공매출을 올렸다. 제이제이건설은 138억 원, 제이아이건설은 107억 원의 시공이익을 획득했다.

한 국장은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시공능력평가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닌 중견 기업이라는 점 등으로 고려해 총수·법인 고발 등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 국장은 "제일건설이 사익편취 규정이 적용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아니다"라며 "불공정 거래 행위의 하나인 부당지원행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도 고발 조항은 있지만, 위원회에서 심의할 때 고발할 정도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