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경기침체 아냐…11월 금리결정, 美대선 등 변수"(종합)
3분기 0.1% 성장 '쇼크'에…종합 국감서 '침체론' 방어
"올해 성장률 2.2~2.3% 가능성…전면 부양책 필요없어"
- 김혜지 기자,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지금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에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재정정책을 통한 전면적인 경기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11월 기준금리 결정의 3대 변수로는 △내년 경제 전망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 강세 추이 △정부의 거시 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부가 재정을 제대로 쓰지 않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경기 전체로 봐서는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때가 아니고 자영업자가 어렵기 때문에 타깃(선별)해서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건설업 등 어려운 부문에 대한 부양은 당연히 필요하나 전면적인 경기 부양은 필요 없다"며 "금리를 통한 많은 부양을 했을 경우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하나의 변수만 보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본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 여건이 많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1월 결정을 앞두고는 일단 미국 대선과 연준의 금리 결정을 보고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보려 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세 가지가 중요한 변수"라면서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어떻게 될지, 지난달 시작한 거시 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가 중요하다"고 나열했다.
우리 경제 상황이 대규모 경기 부양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앞서 전망했던 2.4%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분명히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간신히 역성장을 면했다. 지난 8월 예상했던 전망치 0.5%를 크게 밑돌았다.
이 총재는 "제일 고민하는 것은 수출이 금액으로 봐서는 떨어지지 않았는데 수량으로 봐서는 떨어져 어떻게 해석할지"라면서 "4분기 지표에 따라 연 2.3%나 2.2%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도 성장세는 "잠재 성장률보다 위쪽이기에 아주 큰 폭의 하락이라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당초 전망이 어긋난 데 대해서는 낙관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 총재는 "내년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들고 그 사이 내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서 하반기 들어가는 정도에 수출이 정점을 이룰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전망했는데, 이번 3분기 지표를 보고 너무 낙관적인가라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액수로 봐서는 수출이 예상대로 가고 있다"며 "갑자기 물량이 줄어든 게 일시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의 경쟁력 등에 따른 우리가 모르는 트렌드인지 몰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주의했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고자 외환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해 설치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데 대해선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탄약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 여력은 외평기금뿐 아니라 한은의 발권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가 이달 인하됐음에도 시중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 대해서는 "은행과 협조 아래 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대출금리 상승은 그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고 가계대출 등이 안정화하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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