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내수 생각해야" vs "집값 다시 불붙을라"

한은 금통위 10월 의사록…금통위원 5명 인하 지지
동결 주장한 장용성 "부동산 값 급등 우려스러워"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금통)위원들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내리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을 결정하면서 그 근거로 '내수 부진'을 지목했다.

다만 금리 인하가 집값과 가계대출을 다시 자극할 우려를 고려해 앞으로 추가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유일하게 동결을 주장한 장용성 위원 역시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우려해 10월 인하에 반대했다.

한은이 29일 공개한 이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A 위원은 "8월 회의 이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그는 "정부 거시 건전성 정책 효과 등으로 주택시장 과열이 다소 진정돼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 컷'(기준금리 0.5%p 인하)으로 외환 리스크도 완화돼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부연했다.

10월 금통위 개회 장면 /뉴스1

B 위원도 "내수 부진 영향이 누적돼 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진 반면 금리 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위험은 줄었다"고 밝혔다.

C 위원도 "예상보다 미약한 내수와 주요국 경기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이제 긴축 기조를 조정하는 편익이 비용을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 위원은 우리 경제가 기초 체력인 잠재 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장 위원은 "국내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견고한 수출에 힘입어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장기 평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건설 경기 부진을 포함한 미약한 내수, 일부 취약 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하고 경제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성 한은 금통위원/뉴스1

그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주택 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선호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 등 주택 가격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월간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온 것만 아니라, 그간 누적된 물가 상승의 효과에도 집중해야 한다고도 봤다.

장 위원은 "누적된 상승으로 높은 물가 수준이 소비를 제약한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내려왔어도 안정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향상과 민간소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위원들은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경우 부동산과 가계대출 등 금융 안정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D 위원은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의 추세적 흐름을 확신하기에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정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