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금통위원, 한은 실기론에 "김연아 은메달 땄다고 비판하는 꼴"

"통화정책, 과거와 같은 효과 기대 어려워…기초체력 높여야"
"환율상승, 외부요인 많아…실물 영향 줄 만큼 걱정할 수준 아냐"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출장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G20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공동취재) 2024.10.28/뉴스1

(워싱턴=뉴스1) 전민 기자 =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실기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을 땄냐고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또한 기준금리 조정과 같은 전통적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어들었으며,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출장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체력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한은의 금리인하가 늦어 내수가 어려워졌다는 비판에 대해 "내수에 방점을 두고 말할 수는 있지만, 특정 자영업 분야가 어려운 것은 기준금리 인하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며 "금리가 완화되면 분명 부담을 덜 수는 있지만 그게 메인은 아니다"라며 "실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말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있는데 한국은 70~90년에는 청소년이었으며, 체력이 좋고 반응이 빨랐다"며 "지금은 성장 과정을 거치며 소득이 좋아졌지만 예전과 같은 활력, 에너지를 보이기엔 시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숙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했을 때 얼마나 내수를 끌어내는지 과거와 같은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경제 전반, 사회 전반의 기초 체력을 높여야 되는 상황이다. 약이 개발되더라도 약을 감당하는 체력이 돼야 통증이 완화되는데, 체력이 안 좋으면 반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달 금리인하 당시 인하 의견을 낸 것이 내수를 고려한 판단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면, 내수 부분 회복이 더뎌서 금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과정에서 금리를 올렸고, 인플레이션이 좋은 속도로 목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금리 정상화 과정의 타이밍과 속도가 결정 요인인데 내수가 덜 회복해서 내린 것은 저의 판단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금통위 합류 당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하는 분석이 다수였으나, 상대적으로 금융안정에 많은 비중을 뒀다.

그는 8월 인하 의견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계부채와 주택시장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물론 주택가격 상승 자체가 한은의 임무(Mandate)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함의하는 게 크다. 이 부분이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활동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4월 말 금통위에 합류했을 때부터 주택시장을 보고 있었으며, 담당 장관은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저희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부동산 관련 선행지표를 만들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한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로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지 미지수였으며, 그런 면에서 보수적으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떤 지표를 쓰고 개발한다고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10월에 바뀐 것은 선행지표 상에는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 같다는 신호를 개인적으로 많이 봤다"며 "이 정도면 너무 파이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어느 정도 증거가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저희는 초지일관 강조하는데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고 있으며, 조건이 바뀌면 가이던스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10월 금통위에서는 대다수가 시급히 내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인데, 미국 대선도 그렇고 최근 변동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11월달 운신을 할 것이다. 사태를 면밀하게 보면서 반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세에 대해서는 "외부적 요인 많은 거 같다. 외환위기를 겪은 트라우마가 있어 환율이 높아지면 저희뿐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가 긴장한다"며 "수준 자체가 괜찮다, 아니라고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외화 유동성을 보면 그 부분은 걱정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는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하는데, 그런 면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걱정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미국 대선도 있어서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