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국가간 거래 상시 모니터링…범죄·탈세 악용 막는다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 규정…"제도화는 아냐"
가상자산거래소, 매월 거래내역 한은에 보고 의무…국세청·FIU 등 공유
- 전민 기자
(워싱턴=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테더(Tether) 등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를 관계기관이 모니터링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범죄악용이나 조세탈루 등의 악용을 막는다는 취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출장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하반기 중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상자산, 특히 '스테이블 코인'의 국경 간 거래가 범죄나 세금탈루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난 6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테더 상장 이후 외화 스테이블 코인의 국경 간 거래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테더는 시가총액이 약 1200억 달러(165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치가 미국 달러에 1대1로 연동되는 가상자산이다. 달러와 같은 변동성을 가지지만, 가상자산이라 세금탈루나 범죄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모니터링을 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일례로 한 해외 불법 도박 조직은 해외 원정도박꾼들에게 국내에서 원화를 받고, 테더를 해외로 전송하고 현지에서 외화로 환전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160억 원 규모의 불법 환치기를 한 바 있다.
국내의 한 마약공급책은 자금세탁원 명의로 해외 거래소에 지갑을 개설한 후 가상자산으로 마약대금을 수급, 이를 국내 거래소로 전송해 원화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2000만 원 상당의 자금을 세탁했다.
중계무역업자가 홍콩에 금·귀금속 등을 수출한 후 대금을 대표이사의 개인지갑에 가상자산으로 받아 법인세를 탈루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정보를 외환당국이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에 공유할 수 있는 근거를 '외국환거래법령'에 마련할 예정이다.
먼저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의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아, 관계기관이 모니터링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가상자산을 외국환·대외 지급수단·자본거래 등에 포함되지 않는 '제3의 유형'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다만 최 부총리는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이나 대외 지급 수단과 구별되는 제3의 유형으로 가상자산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가 제도화되거나, 제도화돼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에는 사전 등록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등록 요건은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 완료, 업무 등에 필요한 전산설비, 외환전산망 연결 등 최소한으로 한정할 예정이다.
또한 가상자산거래소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매월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내역은 국세청·관세청·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에 제공돼 불법거래 감시·적발, 통계·분석, 정책연구 등 활용된다.
최 부총리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여부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11월 출범하는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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