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국감서 산재보상 기준 뭇매…박종길 "규정 변경 검토"

[국감현장]환노위 국정감사…느린 산재보상·부정수급 등 도마 위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News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는 공단의 '산재보상 기준'을 두고 질타가 이어졌다.

22일 국회 환노위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한 질의에 나섰다. 이 의원은 "장치 결함으로 인한 명백한 업무상 사고였는데 공단은 이를 업무상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판정했다"면서 "공단의 판단이 삼성의 법적 책임 회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피폭 사고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해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관행을 따랐다"며 "사고인지 질병인지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보상을 해주기 위해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은 "현행 산재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상이 신속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은 것"이라며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신속한 진행은 제도의 본질적 목적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산재 인정률을 보면 소송 건수가 대체로 증가하는 반면 조사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업무상 질병은 저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역학조사나 특별 심사, 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질병 판정위원회를 통과한다"면서 "현재 미처리 사건이 지난해는 550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건으로 줄었는데, 내년엔 희망 수준까지 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박정 민주당 의원은 "공단의 산재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면서 "공단이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A씨와의 소송을 보면, A씨는 2009년 5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2017년 산재를 신청했는데 공단이 2년간 역학조사를 한 뒤 2019년 불승인했다. 법원은 1·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주며 공단의 결정을 뒤집었지만, 공단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단 이유로 상고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산재를 판단할 때 업무 연관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법원은 A씨가 일할 당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인식이 없어 안전관리가 미비했고 (이같은 환경 속) 하루 12시간 주 7일씩 6년간 근무한 점을 들어 산재를 인정했다"며 "법원에서 이렇게 상반된 기준을 내려준 만큼 공단의 산재 판정 방향성도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호영 의원은 "소음청, 난청, 진폐증 등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패소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패소가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반복되는 경우 공단 기준을 법원 기준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소음청, 난청 관련 법원과 공단의 입장이 좀 다르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의해 우리 규정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정수급 척결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수급을 방지해 산재보험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임이자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역학조사가 길어지면서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도 발생해선 안 되지만 산재보험 기금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부정수급 또한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환노위는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중대재해 관련 증언을 듣기 위해 25일 열리는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노위는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23~24일 박 대표 동행명령 의결을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환노위는 이날 박 대표에 대한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 대표는 수사와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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