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논리는 '물가안정+부채둔화'…핵심은 1%대 물가

기준금리 3.25%로 0.25%p 인하…38개월 만에 긴축→완화
금통위 결정문 보니…"물가안정 뚜렷, 가계빚마저 둔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통화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장장 3년 2개월 지속한 통화 긴축을 완화 쪽으로 선회한 것은 마침내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마지막 장애물이던 가계부채 문제까지 완화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으로 시작한 통화 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완화 기조로 선회한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금통위는 결정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이번 금리 인하의 결정적인 이유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방해했던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세의 경우, 정부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등으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월 대비 약 40% 둔화되자, 오로지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할 문제는 아니라는 계산이 확고히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통화정책의 제1 목표는 물가 안정으로 한은법에 규정돼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 오르는 데 그치면서 한은의 목표인 2% 물가 상승률은 이미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법에 규정된 제2 설립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금융 불안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를 더 미루기엔 민간 소비, 투자 등 거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택 가격은 한은이 특정 수준을 목표로 삼은 뒤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며, 정확히는 한은이 마땅히 관할할 영역조차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한국경제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 올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집값 수준이 과도하게 오르거나, 이미 주요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계부채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경우 금융 불안을 초래하거나 장기 경제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금통위는 향후 추가로 확인될 주택가격, 가계대출 데이터를 기초로 11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에서 11월 연속 인하까지는 신중성이 요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예상과 달리 가계 부채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지연될 경우 추가 인하는 11월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