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하…3년 2개월만에 '긴축 종료' 선언(종합)

연 3.5→3.25%…주담대 열기 식자 내수 살리기 돌입
"정부 정책 공조로 가계부채 둔화…긴축 정도 축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0.11/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돈줄을 죄는 긴축 기조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줄을 푸는 완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낮췄다.

금통위는 결정 배경으로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진입한 통화 긴축 터널에서 3년 2개월 만에 빠져나오게 됐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5월(연 0.75→0.50%)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4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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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둔화된 경기와 경제 성장률, 특히 내수 부진 장기화를 우선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이전에 고물가, 고금리에 짓눌린 민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은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향후 성장 경로는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와 IT 수출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은 이미 달성한 상태로 평가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통위는 "국내 물가 상승률은 안정세가 뚜렷해졌다"면서 "앞으로 낮은 수요 압력으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하회하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2.5%)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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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도 축소되면서 금리 인하를 뒷받침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연 4.75~5.00%)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기존 역대 최대인 2%p에서 1.50%p로 축소됐다.

금리 역전 축소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낮추고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권 시장에서 유출될 우려를 덜어준다.

이번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75%p로 기존 1.5%p보다 확대됐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올해 하반기부터 부쩍 불안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은 다시금 들썩일 우려가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발목을 잡았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8월 9조6000억 원 수준에서 9월 5조7000억 원 수준으로 완화됐다.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강화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9월 가계대출 둔화에는 추석 연휴 효과가 반영됐을 여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인하가 금통위원 6인(총재 포함 7인)의 만장일치일 가능성보다 동결 소수의견 1~2인을 동반했을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했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