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맞먹던 가계빚 '코로나 이전'으로 줄었지만…한은 금리인하 고심

2분기 가계신용 비율 91.1%…2020년 1분기後 최저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내려도 대출 안뛸까" 고심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정도로 치솟았던 가계신용 비율이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 3%대 높은 기준금리가 1년째 이어지면서, 경제 규모 대비 가계 빚 수준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상태로 되돌아간 셈이다.

9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1.1%로 지난 3월 말(92.1%)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GDP 대비 가계 빚 비중은 2020년 3월 말(90.1%) 이후 51개월(4년 3개월, 17개 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5년 전인 2019년 6월 말(87.4%)만 해도 90%를 밑돌았던 가계신용 비율은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빠르게 올라 2020년 말 97.1%, 2021년 3월 말 98.4%, 6월 말 98.9%로 뛰었다.

이후 가계신용 비율은 2021년 9월 말(99.3%)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말 93.6%를 나타냈으며, 올해 3월 말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채 조정과 경제 호성장 등의 효과로 가파른 하락세(93.6→92.1%)를 보였다.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빚을 모두 더한 민간신용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202.7%로 3월 말(204.4%) 대비 1.7%p 내려왔다.

이는 2020년 말(200.7%) 이후 42개월(3년 6개월,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 제공)

신용 레버리지만 보면 코로나 저금리 시절 빚을 불렸던 가계, 기업 등 민간 주체들이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돌입 이후 빚 부담을 코로나 유행 직전 수준까지 감축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약 3년 동안의 통화 긴축 정책이 당초 목표대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 등에 자극받은 7~8월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이번 6월 말 기준 지표에 반영되지 못했다.

오는 9월 말 가계신용 비율이 부채 감축 지속이 아닌 부채 반등의 시작을 가리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인하 또는 동결 여부를 고심 중이다.

오랜 내수 부진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산업계 등에서 빗발치나, 지난달 관측된 가계대출 둔화세가 금리 인하 이후에도 계속될지 아직 미지수라는 주장도 맞선다.

특히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가계대출을 제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지난달 시행에 들어갔고, 은행들이 당국 관리 속에 가산금리를 줄줄이 인상했기에 대출 둔화세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대출 신청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가계부채 경계감이 보다 완화됐다"면서 "10월 기준금리 인하는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출 둔화가 9~10월 잇단 연휴로 인해 은행 영업일이 줄어 나타난 착시일 수 있기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이후 5주 정도의 데이터만 확인할 수 있고 추석 연휴를 빼면 4주에 불과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몇개월의 데이터 확인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한 달의 데이터로 가계대출이 둔화세로 돌아섰다고 확신하기엔 경계심이 강하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2020년 5월(연 0.75→0.50%) 이후 4년 5개월 만의 첫 기준금리 인하가 된다. 이번에도 연 3.50%로 묶는 경우 14회 연속 동결이 된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