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털어 집 샀다" 가계 여윳돈 36조 급감…주담대 '껑충'

2분기 자금순환 통계…국내 전체 여윳돈은 13조↓
경기 부진에 소득 감소…은행에 넣어둔 현금 반토막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2분기 가계 여윳돈이 30조 원 넘게 급감했다. 수도권 중심의 집값 급등에 주택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2분기(4~6월)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3조 원으로 전 분기(26.2조 원)보다 13조 2000억 원 줄었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빌린 돈을 빼고 순수하게 예금·주식·펀드·연금 등의 자산으로 굴린 여윳돈을 뜻한다.

국내 여윳돈은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가계 여윳돈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기업 등 비금융법인의 순조달이 금리 상승, 경기 부진 등으로 급감한 결과였다.

올해 2분기 가계 여윳돈은 41조 2000억 원으로 전분기(77.6조 원) 대비 36조 4000억 원 대폭 감소했다.

가계 소득이 1분기보다 줄어든 가운데 주택 순취득 등 실물자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주머니가 홀쭉해졌다.

특히 서울 아파트 중심의 집값 급등에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금을 중심으로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

반면 가계 소득 감소로 금융기관 예치금(58.6조→21.8조 원) 위주로 자금운용 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금융기관 예치금은 반토막보다 더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비금융법인)들은 순자금운용 규모가 마이너스(-) 23조 7000억 원으로 큰 폭의 순조달을 기록했다. 전분기(-1.6조 원)에 비해 순조달 규모가 급증했다.

이는 기업 순이익이 줄어든 반면에 고정자산 투자는 늘어난 여파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른 기업 경기 한파를 엿볼 수 있다.

일반정부는 순조달 규모가 1분기 50조 5000억 원에서 2분기 1조 1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세수 등 총수입이 소폭 늘어난 가운데 총지출은 많이 축소된 결과로 풀이됐다.

2분기 말 현재 가계 금융자산은 5408조 3000억 원으로 한 분기 만에 82조 1000억 원 증가했으며, 금융부채는 2334조 1000억 원으로 16조 7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자산 배율은 2.32배로 전 분기(2.30배)보다 상승했다.

가계 금융자산은 예금(46.1%)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보험 및 연금준비금(27.8%),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1.7%) 순이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