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대학 성적순 선발이 가장 공정한 것 아냐…다양성 고려해야"

"전세계 모든 대학, 교육 다양성 위해 지역 사람 뽑아"
"아이 6살부터 학원보내는 것 행복한가…평생 짐 될수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부총리-한은 총재 타운홀 미팅'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9.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이철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 제도와 관련해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무슨 이유인지 온 국민이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강남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은의 보고서를 보면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도 모든 대학이 여러 지역 사람(학생)을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각 대학이 지역선발제를 20% 정도 하고 있는데 그 정도 수준에서 문제 해결이 안 되니까 크게 보자는 각도에서 (보고서를) 한 것"이라며 "교육 다양성은 생각 안하고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저희 데이터를 오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는 강남 지역의 학부모들도 언급했다.

그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강남에 사시는 부모님들께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며 "아이를 6살 때부터 학원을 보내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 강남에 모여든 부모들도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어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여성들이 커리어(경력)를 희생하거나 또 애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과연 그 아이들이 행복할까"라며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의 요구를 달성했으면 좋겠지만, 만약 중간에 달성 못 한 아이한테는 평생 짐을 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이 총재는 "'왜 교육 전문도 아닌 한은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난도 듣는데, 저는 저희의 보고서에 자부심이 있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저희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서 이 나쁜 균형을 벗어날 수 있으면 당연히 저희 것보다 먼저 하시면 좋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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