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빗나간 세수 예측…올해 '세수 펑크' 30조원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올해 국세수입 337.7조
법인세만 14.5조 덜 걷혀…'세수 부족만으론 추경 요건 안 돼'
- 손승환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재추계 결과 올해 세수 결손액을 약 30조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다만 결손분을 어떻게 메울진 현재로서 결정된 바 없으며, 관계부처 및 국회 협의를 거쳐 확정하겠단 입장이다.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라 곳간이 비게 되면서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에서 올해 국세 수입을 337조 7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올해 세입 본예산 367조 3000억 원 대비 29조 6000억 원 부족한 수치다.
이로써 올해도 지난해(-56조 40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게 됐다.
세목별로는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 여파로 법인세가 14조 5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관측됐다. 전 세목 중 가장 큰 결손액이다.
소득세의 경우 취업자 수 및 임금 증가로 근로소득세가 개선됐으나, 경기둔화에 따른 종합소득세 감소로 8조 4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반면 민간소비 및 수입의 완만한 증가에 따라 부가가치세는 2조 3000억 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세목별 세수 결손분은 △상속증여세 5000억 원 △개별소비세 1조 2000억 원 △증권거래세 4000억 원 △교통·에너지·환경세 4조 1000억 원 △관세 1조 9000억 원 △교육세 7000억 원 등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국세수입 부족은 글로벌 복합위기의 여파로 인한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 하락,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부진 등에서 기인한다"며 "11월에 다시 한번 재추계를 할지 여부는 여러 기준과 원칙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건은 30조 원에 달하는 결손분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이지만, 정부는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과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찮은 게 이유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60조 원에 육박한 결손액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24조 원), 재정안정화기금(23조 원), 불용액(8조 원), 세계잉여금(4조 원) 등을 활용한 바 있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인위적 불용이 있느냐, 없느냐를 지금 말씀드리긴 조금 빠르다"며 "재정 대응 방식에 여러 가지 방안이 동원될 수 있는데, 지금 어떻게 대응한다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사유는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인데, 세수 부족 우려만으로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단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일단 그간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4년 연속 오차가 발생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 추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세수 추계가 시작되는 거시지표 전망·모형설정 단계부터 세입 예산안 편성까지 국회예산정책처, 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 기관이 모든 단계에 참여하도록 절차를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추계 모형 및 주요 과세정보 등을 참여 기관에 상세히 공개하고, 세수 추계 주요사항을 원점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수 추계 모형을 개발하고, 사회구조 변화 및 납세자 행태변화 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미시 과세정보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밖에도 매년 9월 당해연도 세수를 다시 전망하고, 민간 전문인력 채용 등 조직 개편 방안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정 실장은 "기재부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하는 그런 과정을 최대한 내려놓고 공개적으로 전문기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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