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173%·시금치 124% '껑충'…채솟값이 금리인하 발목잡나
폭염 등에 채소류 값 급등…기대인플레 하락 방해
물가 기대 안 꺾이면 금리 인하 속도 내기 어려워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물가 지표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폭염 등에 채소류 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안정 체감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화 당국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잘 꺾이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에 속도를 붙이기가 어렵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돼도 추후 인하 속도는 느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생산자물가지수의 품목별 전월 대비 상승률은 △부추 173% △파프리카 137% △시금치 124% △배추 73% △양배추 56% 등으로, 주로 채소류가 급등세를 보였다.
유례없이 길었던 폭염에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시금치와 배추 가격이 유독 뛰면서 밥상 물가 부담을 키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채소·과실류 물가 상승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영향을 상쇄해, 원래라면 더욱 떨어졌어야 할 물가 오름세를 마치 떠받치는 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8월 생산자물가는 채소·과실이 12.2% 급등해 공산품(-0.8%), 특히 석탄·석유제품(-4.0%) 하락 영향을 상쇄했다.
국민 피부와 가까운 밥상 물가가 꿈틀대자, 통계 지표와 달리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 심리는 쉽게 꺾이질 않고 있다.
한은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일반인의 향후 1년 물가 상승률 기대치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월보다 0.1%포인트(p)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0%와 비교적 큰 0.8%p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들은 1년 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공공요금(57.3%), 농축수산물(53.8%), 공업제품(22.9%)을 가장 먼저 꼽았다.
한 달 전보다 농축수산물(+4.0%p) 응답 비중이 제일 많이 늘었다. 반대로 석유류 제품(-13.3%p) 응답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물가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내수 부진 대응 차원에서 10월 혹은 11월 기준금리 인하는 무리 없이 단행될 것이라는 게 거의 모든 전문가의 관측이다. 다만 첫 인하 이후 다음 인하 시기는 통화 당국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내다본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지만, 아직 안정되지 못한 체감물가도 이유가 된다. 통계 수치와 괴리된 체감물가로 인해 기대 인플레가 경직된 모습을 이어갈 경우 작은 공급 충격에도 물가가 많이 뛸 수 있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우려와 9월 시작된 스트레스 DSR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한은은 11월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면서 "11월 인하를 하더라도 추가 인하 속도는 미국과 달리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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