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선불충전·상조계약 등 신종금융도 사후보상제 도입해야"

간편결제·상조계약 선수금 등 신종금융 잔액 18.1조 달해
"은행 예치+예금보험으로 전체자금 보호해야"

지난 2021년 8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2021.8.1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간편결제 선불충전금, 가상자산 예치금, 상조계약 선수금과 같은 신종 금융상품도 예금보험공사 보호와 같은 사후 보상 제도를 도입해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KDI FOCUS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금융혁신이 가속화되며 신종 금융상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간편결제 선불충전금은 이용자가 1억6000만 명(중복집계)으로 잔액은 2조7000억 원으로 추계된다.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한 거래소의 고객 예치금도 이용자와 잔액이 645만 명, 4조9000억 원에 달한다. P2P대출을 위해 플랫폼에 예치하는 P2P 대출 예치금은 1조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선불식 상조계약에 가입 후 미리 납부한 금액인 상조계약 선수금은 864만 명, 9조4000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같은 신종 금융상품 잔액을 모두 합치면 18조1000억 원에 달하며, 고객자금 규모는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종 금융상품 관련 고객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머지포인트는 고객 선불충전금을 돌려주지 않아 총 751억 원의 고객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제스트(68억 원), 2019년 P2P대출 플랫폼인 블루문펀드(177억 원), 2021년 상조업체인 한강라이프(54억 원)도 고객이 맡긴 자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유용하여 고객의 피해를 초래했다.

위험을 고려해 신종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고객자금을 업체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제3 금융기관에 예치·신탁하거나 보험사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다만 선불충전금과 가상자산·P2P대출 예치금은 전액 별도 관리해야 하지만, 상조계약 선수금은 50%만 별도 관리해도 된다. 이에 거의 모든 상조업체가 선수금의 50%를 자기 자금처럼 쓰고 있어 파산할 경우 고객자금의 절반이 상실될 수 있다.

또 업체가 경영 위기를 맞아 파산하기 직전인 경우, 별도 관리 규제를 위반해서라도 고객자금을 이용하여 위기를 회피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 점이 별도 관리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불식 상조계약이 법제화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등록이 취소된 업체 중에서 취소 직전 별도 관리를 위반한 업체의 비중이 46%에 달했다.

이에 황 연구위원은 별도 관리라는 사전 예방책 이외에도 효과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 업체 파산 후 고객자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기구가 보상하는 '사후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국도 사전 별도 관리 규제와 함께 사후 보호제도를 통해 고객자금을 이중보호하고 있다

사후 보호제도에는 직접보호제도와 간접보호제도가 있다. 직접보호제도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것처럼 신종 금융상품 관련 고객자금을 직접 보호한다. 업체 파산 등으로 고객자금 손실이 발생하면 공사가 일정 한도까지 보상한다.

다만 이 경우 은행에 별도 예치돼 비교적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 고객자금과, 업체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한 고객자금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보험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업체들은 안전하게 보관 중인 별도 예치금에 대해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낄 것이며, 보험료가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간접보호제도에서는 공사에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고, 업체 파산 시 공사가 고객을 보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업체가 은행에 별도 예치한 고객자금을 고객 본인의 예금으로 간주하여 기존의 예금보험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간접보호제도에서는 업체가 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업체의 부담이 없고 고객에게 보험료가 전가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전체자금이 보호받을 수 없고, 은행에 별도 예치한 고객자금에 한해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은행에 별도 예치된 고객자금은 간접보호하고, 그 외 고객자금은 직접보호하는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신종 금융상품이 예금보험공사 보호제도에 직접 편입돼 고객자금 전체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하되, 은행에 별도 예치한 고객자금은 업체가 고객 식별정보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업체에 보험료 납부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다.

이같은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공사가 업체를 대신해 보상하기 때문에 은행 실패가 업체 실패로 이어지는 위험 전이를 예방할 수 있으며, 유동성 위험에 처한 업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황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는 비단 간편결제, 가상자산, P2P대출뿐 아니라, 앞으로 금융혁신을 통해 어떤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타나더라도 거래 과정에서 업체가 고객자금을 수취하고 고객자금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