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야기" vs "강력규제"…티메프 대책, 플랫폼-입점업체 평행선

공정위 공청회서…플랫폼 측 "사태 원인·해결책 잘못돼"
입점업체 측 "소상공인 보호 위해 강력한 안으로 개선해야"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플랫폼측과 입점업체측이 참여한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최근 정부가 발표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입점업체·소상공인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플랫폼 업계는 결국 대형 업체만 살아남아 독과점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 반면,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제시한 복수안 중에서도 강력한 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합동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먼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 재화와 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하고 정산기한 준수,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여했다. 다만 정부는 복수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규율대상은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1안)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의 사업자(2안) 등을 제시했다.

정산기한은 △구매확정일(청약철회기한 만료일)로부터 10일에서 20일 이내(1안)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2안) 중 결정할 예정이다.

판매대금은 △100% 별도관리(1안) △50%를 예치, 지급보증 등 별도관리(2안) 등을 안으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1안의 경우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40개 업체가 규율 대상이 되며, 2안은 20여개 업체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안을 두고 소상공인·입점업체와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 업계의 의견은 선명하게 갈렸다.

플랫폼 측의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티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은 큐텐의 무리한 경영으로 인한 개별기업의 일탈과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부실하고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구조에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정산기한 설정과 관련해 "납품업자 입장에서는 법 적용이 제외돼 정산기한이 긴 중소형 플랫폼에 입점할 유인이 줄어든다"며 "결국 자금이 풍부한 대형 사업자나 해외 거대 플랫폼만 남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독·과점 사업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핸드메이드 전문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 운영사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는 "필요성을 일부 공감하지만, 오프라인 유통 기반인 대규모유통업법의 모든 규제를 온라인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우려가 있다"며 "대상을 필요 최소한으로 정하고, 온라인 사업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규제는 제외해 사업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섬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장 뒤편에서 벤처 협회 관계자들이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담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심재한 영남대 교수는 "결제대금 관리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니고 규제가 허술했으며, 허술한 규제 자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벌칙·처벌조항을 신설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지금처럼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재발 방지를 막을 수 있다.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듯이, 본질에서 벗어난 잘못된 규제가 우리 플랫폼 생태계를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정산기준일·기한, 대금 별도관리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스타트업 등에 지나친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미 정산기준일·기한은 단축되는 추세라는 점, 티메프 사태 원인이 대금 관리 문제에 있었음을 고려할 때 대금 별도관리만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입점업체 측의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거래금액 기준 500억 이상 규모와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신설 △정산기일 10일 이내 △판매대금 100% 별도관리 등을 주장했다.

그는 "벤처기업의 혁신을 저해한다고 하는데, 혁신은 가장 중요한 게 재무 건전성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원리를 정해보자는 얘기"라며 "규제법이 아닌 소상공인과 많은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균형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입점업체 측 대표로 나온 이영화 삼대인천게장 대표는 "오늘날의 티메프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며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때 규제를 강화하고 정보공개를 했더라면 하는 현장의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티메프에 이은 알렛츠 미정산 사태를 보면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대규모 플랫폼보다 다른 목적으로 판매금액을 유용해야 하는 중소플랫폼사들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다소 강력하고 명확한 1안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 사업자 기준, 정산기일 규정, 별도관리 의무는 이번 사태 예방을 위해 반드시 도입이 필요한 제도"라며 "토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신속히 수정방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부터는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