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에 韓 내수 회복 기대↑…"'R의 공포'는 무시 못해"

부동산·가계대출 우려에 큰폭 인하 힘들 듯…"내수 부양 제한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단행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TV 화면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녹색불이 켜졌다.

한은이 장기 긴축기조에 마침표를 찍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그간 고금리에 제약돼 왔던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내린 연 4.75~5.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내린 것은 팬데믹 위기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연준이 빅컷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10월에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p에서 1.50%p로 줄었다.

한은이 10월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그간 고금리 여파로 제약돼 온 우리나라 내수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타난다.

지난 7월 소매판매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0.8% 상승했던 올 2월을 빼면 작년 7월부터 1년째 내리막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9월 경제동향'에서 "7월 상품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고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면서 소비는 미약한 흐름을 지속했다"며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연준이 금리를 0.25%p가 아닌 0.50%p 내린 데에는 향후 경기가 빠르게 침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빅컷과 동시에 실업률 전망치도 4.0%에서 4.4%로 상향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재정과 통화 정책을 둘 다 활용해 완화 정책을 쓰는 만큼 경제 경착륙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우리의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은이 10월 이후 금리를 내리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과감한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화 완화 정책이 조만간 시작되더라도 2년여간 누적돼 온 고금리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선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선 최초 금리 인하 시점이 11월이나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한은이 당장 10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그 폭은 작을 것"이라며 "당장 내수를 부양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