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하반기 세무조사 예년 수준으로…초고가 아파트도 감정평가

'2024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 발표…다국적기업에 이행강제금
감정평가 대상 확대…초고가 아파트·단독주택·상가겸용주택 신규 포함

강민수 국세청장이 1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4.9.12/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국세청이 하반기 세무조사건수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영세납세자의 조사 부담은 완화하는 반면 민생침해, 신종탈세 등의 악의적 탈세에 조사 인력을 집중한다.

특히 다국적기업 등의 자료제출 거부·지연 등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선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1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1~7월 국세청 소관 누계 세수실적은 204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진도율은 57.2%로 전년보다 6.3%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 회복으로 부가가치세는 증가(6조2000억 원)했지만, 소득세는 1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기업실적 저조로 법인세는 15조 5000억 원 감소했다.

국세청은 우선 세무조사 건수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간 세무조사 건수는 2019년 1만6008건 후 대체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1만3973건까지 줄었다.

국세청은 영세납세자의 경우 간편조사에서도 원칙적으로 제외해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간편조사 건수 축소로 확보한 인력 자원은 악성 탈세 조사에 집중 투입한다.

국세청은 변칙 자본거래를 통한 부의 무상 이전, 공정경쟁 및 사회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책임이 부여될 때까지 엄정 조사할 방침이다.

이동운 법인납세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체 조사 규모는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경제 여건이나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하여 연간 건수를 탄력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다만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리베이트처럼 사회 질서를 훼손하면서 사익을 편취하거나, 민생 회복을 저해하는 폭리 행위와 같은 악의적 탈세에 대해서는 정당한 책임이 부여될 때까지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취약계층을 거짓·과장된 사실로 유인해 서민 생계 자금을 편취하는 민생침해 탈세에 대해 조사역량을 집중한다.

유튜버 광고·후원 수익 누락 등 온라인 플랫폼 탈세, 해외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변칙 발행·거래 등 신종 탈세에 대해서도 검증을 강화한다.

미등록 결제대행업체(PG) 등 과세인프라 우회거래, 기획부동산 등 이상거래, 관행적 신고 누락 등도 중점 관리 대상이다.

특히 다국적기업 등의 자료제출 거부·지연 등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이행강제금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과태료는 반복 부과를 할 수 없어서, 과태료만 내고 아예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악의적인 행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 자료를 낼 때까지 반복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과태료와의 차이점"이라며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국제공조 확대를 통해 정보수집 채널을 다변화하고, 외국 법인 간 국내주식 양도자료 제출의무 등 도입도 추진한다.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현장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사해행위 취소소송 제기, 체납처분 면탈범 고발 등 대응을 강화한다.

고가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사업의 범위와 대상도 확대한다. 꼬마빌딩 등 비(非)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평가 범위를 대폭 넓히고 초고가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겸용주택 등을 신규 평가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연간 평균 180건 정도 했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200여 건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국세청은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징수 당시 도입한 인공지능(AI) 국세상담을 내년까지 연말정산, 부가가치세 신고, 근로·자녀장려금 신청 등 주요 세목으로 확대한다.

또 AI·빅데이터를 이용해 세무조사 사례를 학습시켜 불성실 혐의 법인을 추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악성 민원인 대응을 위해서는 경비인력의 전국 세무서 배치를 추진하고 피해 직원에게는 심리치료, 민사소송 비용 보조 등 지원을 강화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AI 시스템이 구축되면 (납세자의 제출) 자료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국세청에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희가 얻은 정보와 AI 정보를 모두 활용해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ron@news1.kr